유리도 귀했던 때 창호지 문에 조그맣게 유리 한 조각 발라 붙이고 인기척이 나면 그 유리 통해 밖을 내다보았지 눈보다는 귀가 길었던 때 차라리 상상력이 더 길었던 때 여백이 많았던 때 문풍지 우는 바람이 아름다웠던 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아름다웠던 때 - 창호지 쪽유리 / 윤재철 날씨가 차가워지니 고향 생각, 어릴 적 생각이 자주 난다. 추웠고, 먹을 것 부족했고, 모든 게 궁핍했던 그 시절이 자꾸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 벽난로를 피우고 거실 한쪽 벽면을 유리창으로 환하게 만들어도, 그 옛날 창호지 유리 한 조각만큼 따뜻하지는 않다. 호롱불 아래 온 가족이 둘러앉아 서로의 온기를 나누던 밤이었다. 추워서 이불을 얼굴까지 뒤집어쓰고 누우면 싸락눈이 사각거리며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밤이 되면 온통 어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