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4 2

억새(3)

억새는 씨를 날려 보내기 위해 날개를 단다. 억새의 하얀 깃털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만큼 가을의 정취를 표상하는 것도 없다. 잎과 줄기가 부딪치며 서걱대는 음향효과가 더해진다. 억새, 참억새, 물억새, 금억새, 가는잎억새 등 종류도 여럿이다. 억새와 갈대를 구분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너무 세세히 나누는 건 전문가에게 맡기고 그냥 억새라고 통칭해도 무방할 것 같다. 집 주위를 산책하다가 만난 억새를 좀 색다르게 표현해보려 했다. 똑딱이를 가지고 이 정도 찍은 것에 만족한다. 가을볕 따사로운 오후의 언덕에서 억새를 바라본다. 억새는 달빛보다 희고, 이름이 주는 느낌보다 수척하고, 하얀 망아지의 혼 같다. 가을 하늘이 아무런 울타리 없이 넓다. 쇄락한 무형(無形)의 놀이터라고 할까. 바람이 잠시 불더니 다시 ..

꽃들의향기 2013.11.14

나의 삶 / 체 게바라

내 나이 15살 때 나는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하는 가를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그 죽음조차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이상을 찾게 된다면, 나는 비로소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을 결심했다 먼저 나는 가장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방법부터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득, 잭 런던이 쓴 옛날이야기가 떠올랐다 죽음에 임박한 주인공이 마음속으로 차가운 알래스카의 황야 같은 곳에서 혼자 나무에 기댄 채 외로이 죽어가기로 결심한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이 내가 생각한 유일한 죽음의 모습이었다 - 나의 삶 / 체 게바라 공자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다고 했는데, 체 게바라는 열다섯에 죽음에 대해 존재론적 고민을 했다. 죽음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고민과..

시읽는기쁨 2013.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