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8 2

첫눈이 내리다

뒷산을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올겨울의 첫눈을 맞았다. 바람에 휘날리는 눈을 온몸으로 받았다. 10여 분간 내리더니 이내 그쳐 땅에 쌓일 정도는 아니었다. 맛보기로 보여준 것 같다. 초등학교에서 나오던 꼬마가 손을 내밀며 "눈이네요!" 한다. 다른 꼬마는 생긋 웃으며 내 옷에 붙은 눈을 털어준다. 한 할머니는 자동차 유리문을 내리고 환한 얼굴로 손주에게 눈 구경을 시켜준다. 한 살 정도 된 아기도 해맑게 웃는다. 남녀노소 모든 이의 얼굴에 미소와 탄성을 자아내는 첫눈이다. 아파트 뜰에 산길에 생을 마감한 낙엽이 뒹굴고 있다. 각각 색깔은 달라도 생명의 원천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모두 가볍고 아름답다. 이 시기면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 '고엽(枯葉)'으로 알려진 'Autumn Leaves'다. 에릭 클랩튼..

사진속일상 2013.11.18

고마운 천적

윗집 때문에 생활 패턴이 변했다. 일찍 잠자리에 들던 것이 자정 이후로 늦춰졌고, TV를 보는 시간도 늘었다. 아파트 층간소음 때문이다. 어린아이 둘이 있는 윗집은 밤 10시가 넘으면 소란이 시작된다. 그 시간이 되어야 가족이 다 모이는 것 같다. 짧으면 한 시간 정도지만, 길면 1시까지도 이어진다. 잠이 들었다가도 쿵쾅대는 소리 때문에 깬다. 다시 잠들기 위해서는 소란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신경이 쓰이면 책을 읽어도 집중이 안 되고 아무것도 못 한다. 소음에는 마인드 컨트롤도 안 통한다. 그래서 TV를 크게 틀어놓고 하염없이 기다린다. 너무 심할 때는 인터폰으로 연락하지만 자주 싫은 소리 하는 것도 서로에게 스트레스다. 말을 해봤자 감정만 상하지 별 효과도 없다. 어린아이 발목에 족쇄를..

참살이의꿈 2013.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