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해를 향해 사방팔방으로 팔을 뻗고 있는 저 나무를 보라 주름살투성이 얼굴과 성처 자국으로 벌집이 된 몸의 이곳저곳을 보라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년 쉽게 살고 싶지 않다 저 나무처럼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 주고 싶다 - 고목 / 김남주 지구에서 수백 년을, 심지어는 천 년을 넘게 살아내는 생명체는 나무밖에 없다. 일본 야쿠시마에는 오천 년이 넘은 삼나무도 있다고 한다. '세인트' 급 반열에 올려도 무방할 것 같다. 동네 어귀에 있는 정자나무 곁에만 가도 나무가 뿜어내는 아우라에 압도된다. 세상의 신고를 다 견뎌내며 버텨온 수백 년의 세월이 무겁다. 경건하고 겸허해진다. 시의 한 구절을 자꾸 되뇌게 된다.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년 / 쉽게 살고 싶지 않다 저 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