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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 최금진

사슴농장에 갔었네 혈색 좋은 사과나무 아래서 할아버지는 그중 튼튼한 놈을 돈 주고 샀네 순한 잇몸을 드러내며 사슴은 웃고 있었네 봄이 가고 있어요, 농장 주인의 붉은 뺨은 길들여진 친절함을 연방 씰룩거리고 있었네 할아버지는 사슴의 엉덩이를 치며 흰 틀니를 번뜩였네 내 너를 마시고 回春할 것이니 먼저 온 사람들 너댓은 빨대처럼 생긴 주둥이를 컵에 박고 한잔씩 벌겋게 들이키고 있었네 사과나무꽃 그늘이 사람들 몸속에 옮겨 앉았네 쭉 들이키세요, 사슴은 누워 꿈을 꾸는 듯했네 사람들 두상은 모두 말처럼 길쭉해서 어떤 악의도 없었네 누군가 입가를 문질러 닦을 때마다 꽃잎이 묻어났네, 정말 봄날이 가는 동안 뿔 잘리고 유리처럼 투명해진 사슴의 머리통에 사과나무 가지들이 대신 걸리고 할아버지 얼굴은 통통하게 피가 올..

시읽는기쁨 2016.05.25

고향집에서

고향집 아침은 새소리에 잠이 깬다. 마당에 있는 나무가 자기네 놀이터인 듯 지저귄다. 참새가 많고, 딱새와 색깔이 고운 이름 모르는 새도 있다. 함께 어울리지는 않고 순서대로 찾아와 저희들끼리 논다. 떠오르는 태양을 향한 경배 의식과도 같다. 그 외 닭소리, 개 짖는 소리, 멀리 산새 소리도 들린다. 도시에서 살다가 이런 아침을 맞으면 신기하고 행복하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잠시 한다. 부지런한 어머니는 텃밭에서 바쁘다. 어머니를 뵐 때마다 감사하게 된다. 비슷한 나잇대의 친척이나 이웃분에 비하면 제일 정정하시다. 지금까지 병원에 입원한 적 없고, 건강 문제로 자식들 걱정하게 한 적도 없다. 농사일로 평생을 보내시며 다섯 남매를 키우셨다. 너무 억척스럽게 일한다고 핀잔도 많이 받았는데, ..

사진속일상 201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