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5 2

방학동 은행나무(2)

이 은행나무를 첫 대면했던 때는 꼭 10년 전이었다. 전철과 마을버스를 타고 찾아갔었다. 이번에는 서울둘레길을 걷다가 자연스레 지나치게 되었다. 10년만의 만남이 반가웠다. 안내문에 보니 2013년에 방학동 은행나무는 보호수에서 서울시 기념물로 상향 조정했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그리고 정밀 조사를 했더니 이 나무의 수령이 550살로 추정된다고 한다. 전에는 800살로 예상했었다. 바로 옆에 연산군 묘가 있는데 550년 전이면 묘를 조성했던 시기와 대략 비슷하다. 경복궁 증축 당시 이 나무도 징목 대상이었으나 마을 주민들이 흥선대원군에게 간청하여 제외되었다는 일화도 새로 적혀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대감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무 높이는 25m, 줄기 둘레는 10.7m인 거목이다. 서울시 기념물 제..

천년의나무 2016.09.05

하늘길 / 함민복

비행기를 타고 날며 마음이 착해지는 것이었다 저 아랜 구름도 멈춰 얌전 손을 쓰윽 새 가슴에 들이밀며 이렇게 말해보고 싶었다 놀랄 것 없어 늘 하늘 날아 순할 너의 마음 한번 만져보고 싶어 새들도 먹이를 먹지 않는 하늘길에서 음식을 먹으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까운 나라 가는 길이라 차마, 하늘에서, 불경스러워, 소변이나 참아보았다 - 하늘길 / 함민복 지지난달에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였다. 캔맥주를 부탁했다가 다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승무원에게 화를 냈던 적이 있었다. 맥주도 안 주는 이따위 비행기가 어디 있냐고, 했을 것이다. 이 시를 접하니 그때 일이 더 뜨끔해진다. 시인은 하늘길에서 음식 먹는 것도 미안하고, 불경스러워 소변도 참았다는데 내 꼬락서니는 뭐였단 말인가. 아, 똑같은 길을 가도 사..

시읽는기쁨 201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