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장을 보러 어머니를 모시고 시장에 갔다. 주차장을 찾느라 시장 골목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안 그래도 좁은 골목이 대목을 맞아 엄청 복잡했다. 조심해서 빠져나가는데 "저런 우째노!"라는 큰 소리가 들리고 시선이 내 차에 집중되었다. 놀라 내려가 보니 바닥에 진열된 채소 위를 차 바퀴가 지나가고 있었다. 할머니 앞에 놓인 가지와 고추가 짓뭉개졌다. "다 얼맙니까?" 그때 내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이었다. 미안해하는 건 오히려 할머니였다.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무엇보다 죄송함을 표시하는 게 우선일 터였다. 그런데 할머니의 안타까움이나 망가진 채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빨리 돈으로 해결하고 자리를 뜨고 싶었다. 내 실수로 손해를 끼쳤으니 보상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돈보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