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11 2

경안천을 따라 걷다

걷고 싶어서 작은 배낭을 메고 경안천으로 나갔다. 집에서부터 상류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용인과 만난다. 경안천에 만들어진 보도는 시 경계에서 끝나지만 둑길을 따라 왕산교까지는 갈 수 있다. 용인 외대 캠퍼스 입구다. 이 길은 조용해서 좋다. 길은 잘 만들어져 있는데 걷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간간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걷는 동안 아무 방해를 받지 않는 길이다. 이런저런 생각이 제멋대로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젊었을 때는 선악, 진위의 시비를 가리느라 헛심을 썼다. 나이가 드니 둘 사이의 구분이 희미해진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도 이젠 큰소리치지 못하겠다. 대신 느림과 침묵이 어느샌가 자리를 차지하려 엿보고 있다. 앎의 종착지는 모름지기 무지인가 보다. 살이 쪄서 그런지 몸이 무겁다..

사진속일상 2016.09.11

별 / 류시화

별은 어디서 반짝임을 얻는 걸까 별은 어떻게 진흙을 목숨으로 바꾸는 걸까 별은 왜 존재하는 걸까 과학자가 말했다. 그것은 원자들의 핵융합 때문이라고 목사가 말했다.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하나님의 증거라고 점성학자가 말했다. 그것은 수레바퀴 같은 내 운명의 계시라고 시인은 말했다. 별은 내 눈물이라고 마지막으로 나는 신비주의자에게 가서 물었다 신비주의자는 별 따위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뭉툭한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 차라리 네 안에 있는 별에나 관심을 가지라고 그 설명들을 듣는 동안에 어느새 나는 나이를 먹었다 나는 더욱 알 수 없는 눈으로 별들을 바라본다 이제 내가 바라는 것은 인도의 어느 노인처럼 명상할 때의 고요함과 빵 한 조각만으로 만족하는 것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그 ..

시읽는기쁨 2016.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