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어서 작은 배낭을 메고 경안천으로 나갔다. 집에서부터 상류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용인과 만난다. 경안천에 만들어진 보도는 시 경계에서 끝나지만 둑길을 따라 왕산교까지는 갈 수 있다. 용인 외대 캠퍼스 입구다. 이 길은 조용해서 좋다. 길은 잘 만들어져 있는데 걷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간간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걷는 동안 아무 방해를 받지 않는 길이다. 이런저런 생각이 제멋대로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젊었을 때는 선악, 진위의 시비를 가리느라 헛심을 썼다. 나이가 드니 둘 사이의 구분이 희미해진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도 이젠 큰소리치지 못하겠다. 대신 느림과 침묵이 어느샌가 자리를 차지하려 엿보고 있다. 앎의 종착지는 모름지기 무지인가 보다. 살이 쪄서 그런지 몸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