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 32

반가운 장마

중부지방에서는 어제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었다. 7월에 접어들었으니 늦은 편이다. 그동안 긴 가뭄이 있어서 더욱 반가운 장마다. 기상청 자료를 찾아보니 5월과 6월의 서울 지역 강수량이 50mm도 안 되었다. 곳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지방은 더 심했다. 대부분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가뭄 피해가 덜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도로 건설과 댐이나 보 만들기에는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한다. 얼마 전에는 두 개의 고속도로가 연이어 개통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와 구리-포천 고속도로다. 댐이나 보는 가뭄 때 덕을 보기는 하지만 꼭 다다익선만은 아닌 것 같다. 장마의 어원이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장'은 한자어 '길 장(長)'이고, '마'는 물을 뜻하는 고어 '맣'에서 온 것이라 한다. '오랫..

길위의단상 2017.07.02

채련곡 / 허난설헌

秋淨長湖碧玉流 蓮花深處繫蘭舟 逢郎隔水投蓮子 或被人知半日羞 - 採蓮曲 / 許蘭雪軒 해맑은 가을 호수 옥처럼 새파란데 연꽃 우거진 곳에 목란배를 매었네 물 건너 님을 만나 연밥 따 던지고는 행여나 누가 봤을까 한나절 부끄러웠네 - 채련곡 / 허난설헌 허난설헌이 지었을까, 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요염하다. 중국풍의 느낌도 난다. 여인의 연정과 수줍음이 연꽃을 소재로 잘 그려져 있다. 때는 가을, 연꽃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미 연밥이 여무는 호수다. 호수에 배를 띄운 여인은 물 건너 사랑하는 낭군을 보고는 연꽃 열매를 따서 던진다. 남녀칠세부동석의 조선 시대에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나절이나 부끄러웠을까? 아마 몰래 배 위에서 만나 사랑을 나눈 것은 아닐까? 그래야만 더 어울릴..

시읽는기쁨 2017.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