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는 바깥나들이를 거의 안 하는데 오늘은 달랐다. 축복의 날씨라고 해야 할까, 일 년에 몇 번 나타나지 않을 맑고 투명한 날이 열렸다. 대기는 상큼하고, 하늘은 티 없이 푸르렀다. 배낭을 꾸려 아내와 남한산성으로 나갔다. 오늘 같은 날은 남한산성 일주를 욕심내도 될 법했다. 늘 평일 산길만 걷다가 휴일에 나오니 남한산성 마을은 장날 같은 분위기였다. 그것은 내가 얼마나 혜택을 누리며 사는지를 말해주는 것이었다. 주변이 소란해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걷자고 다짐했다. 산성의 동문과 북문 사이는 성벽 보수 공사로 통제되고 있었다. 일주 거리인 9km를 걷는 데 약 4시간 30분이 걸렸다. 세 번이나 넉넉하게 쉬었다. 그래도 둘이서 같이 이만큼 걸을 수 있음이 다행이다. 아내는 무릎 이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