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는 맑고 하늘은 높고 푸르다. 긴 비가 지나고 청명한 날이 찾아왔다. 선뜻 가을이 다가왔다. 갑작스런 계절의 변화에 움찔한다. 낮에 친척 형님과 만났다. 점심을 먹고 호수 둘레를 한 바퀴 돌았다. 음식점 옆에 큰 미루나무가 있었다. 미루나무를 보면 유년 속으로 풍덩 빠진다. 신작로 양 편으로 늘어서 있던 날씬한 키다리 미루나무들은 이제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개울을 따라서, 저수지 둑에도 미루나무는 있었다. 눈 감으면 차르르~, 그 웃음소리 들린다. 여기 미루나무는 혼자라 외롭고 뚱뚱하다. 미루나무만큼 멋진 가로수를 나는 알지 못한다. 미루나무 가로수길을 조성한다면 꽤 인기를 끌 듯한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