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872

비주류는 내 본능이다

서점에서 아이쇼핑을 즐깁니다. 온갖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서로 자기를 봐달라고 예쁘게 치장을 하고 줄지어 앉아있습니다. 우선은 책의 제목에 따라 조심스레 손길이 끌려집니다. 대개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지만 어떨 때는 숨어있는 보물을 발견하듯 기분이 좋아질 때도 있습니다. 장석주 시인이 쓴 '비주류 본능'이라는 산문집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순전히 제목 때문에 그러한 것입니다. 그 제목에 이끌리게 된 것은 나에게도 비주류 본능이 숨어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 삶과 생각을 보면 나도 아웃사이더 쪽으로 기울어지는 편입니다.나는 내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비주류 본능을 느낍니다. 20대 때 '아웃사이더'라는 책을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콜린 윌슨이라는 저자의 이름도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혹..

읽고본느낌 2007.02.22

예수와 기독교

네루는 감옥에 있으면서 딸에게 편지글 형식으로 세계사에 대한 얘기를 써보냈다. 마치 옆에 있는 딸에게 얘기하듯 대화체로 쓴 글이 '세계사 편력'이다.멀리 있는딸에게 올바른 역사관과 인생관을 심어주며 인도 독립을 위한 전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완역본이 나와있는데 세 권의 책으로 된적지 않은 분량이다. 세계사 편력은 서구 중심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세계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세워주는 추천할 만한 책이다. 그 내용 중에 예수와 기독교의 형성에 대해서 설명한 글이 있다. 열세 살 된 딸에게 쓴 글이니 쉽고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기독교의 핵심과 문제점은 모두 지적되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에 대한 이야기는 신약 성서(Bible)에 기록되어 있으므로 너도 얼마간..

읽고본느낌 2007.01.08

문명 불평등의 기원

근대과학과 산업혁명은 왜 유럽에서 시작되었을까?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정복했는데, 반대로 인디언들이 유럽을 정복할 수는 없었을까?같은 지구상에서 한 쪽은 문명이 번성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왜 아직도 수렵채집의 원시사회에 머물러 있을까? 이런 의문들에 대한 명쾌한해답을 말해 주는 책이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다. 빙하기가 끝난 뒤부터 13000여년 간의 인류문명사이며,대륙마다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이 다르게 전개된 이유를 밝힌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머리 속이 말끔이 정리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자의 결론은 한 마디로 각 대륙 사람들이 경험한 역사가 달라진 것은 지리적, 환경적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인간사회에 미치는 지리적 결정론이다. 인종의 차이, 또는 타고난 ..

읽고본느낌 2007.01.04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오눌 아침, 눈을 떴을 때 당신은 오늘 하루가 설레었나요? 오늘 밤, 눈을 감으며 당신은 괜찮은 하루였다고 느낄 것 같나요?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이 그 어디보다도 소중하다고 생각 되나요? 선뜻, "네, 물론이죠" 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이글을 선사합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주변이 조금 달라져 보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세계에는 63억의 사람이 있는데 이것을 100명이 사는 마을로 축소 시킨다면, 100중 52명은 여자고 48명은 남자 입니다. 30명은 아이들이고 70명은 어른입니다. 그 중 7명은 노인 입니다. 90명은 이성애자 이고 10명은 동성애자 입니다. 70명은 유색인종이고 30명은 백인종입니다. 61명은 아시아 사람이고 13명은 아프리카 12명은 유럽 나머지 1명은 남태평양 사람입니다. ..

읽고본느낌 2006.12.26

디어 평양

명동 CQN에서 ‘디어 평양’을 보았다.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재일동포 양영희 감독은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15살에 제주도를 떠나 일본에 정착, 해방을 맞은 후 북한을 조국으로 선택한 열렬한 조총련 간부였다. 결혼 후 부부는 함께 열정적인 정치 활동을 편다. 자식은 넷을 두었는데 10대의 오빠 셋은 아버지의 신념에 따라 북한으로 보내지고, 남은 딸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지는 딸에게 서운해 하며 부녀간의 소원함으로 이어진다. 그때는 아버지와의 대화는 고사하고 밥상에 마주앉는 것도 싫었다고 한다. 후에 딸은 북한을 오가며 오빠들과 그 가족들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는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와도 화해하고 아버지의 신념과 결단을 이해하게 된다. ‘디어 평양’은 사적인 한 가족의 이야기지만 ..

읽고본느낌 2006.12.13

바보 만들기

존 테일러 게토(J. T. Gatto)가 쓴 ‘바보 만들기(Dumbing Us Down)'를 읽었다. 미국의 학교교육 제도와 조직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인데, 우리나라 현실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프러시아에서 미국과 일본을 거쳐 수입된 학교교육의 구조적 문제점을 우리도 현재 심각하게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교육의 근본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요구한다. 책의 내용이 어떤 사람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특히 사회 주류를 이루고 있는 ‘똑똑한 바보들’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게토는 현재 대다수 학교의 교육과정은 ‘바보 만들기 과정’에 불과하다고 선언한다. 책 내용의 몇 부분을 인용해 보았다. 학교교육을 더 많이, 더 잘 받은 사람일수록 실제로는 남의 생각을 자기 생각으로 ..

읽고본느낌 2006.10.24

행복한 이기주의자

이 시대의 화두 중 하나가 ‘행복’이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이제 얼마큼은 빈곤에서 벗어나고 먹고살만해지니까 삶의 질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행복을 바라보는 시각도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며칠 전에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욕심 많은 사람들의 물질 추구를 통해 느끼는 만족도 행복의 범주에 들 수 있는지 논란이 있었다. 동료들은 그것도 행복이라 할 수 있다고 했고, 나는 계속 갈증을 느끼게 되는 그런 심적 상태는 행복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했다. 나는 행복이란 기본적으로 존재론적인 깨달음과 연관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행복한 이기주의자’를 읽었다. 요즈음 쏟아져 나오는 행복을 주제로 하는 책 중의 하나로 내용도 다른 책들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

읽고본느낌 2006.10.23

쉬운 하루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는 ‘메트로갤러리’라는 전시장이 있어 오가며 공짜 구경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개방된 전시장이다보니 대체로 아마추어들의 작품이 전시되는데 유명 전시회에서 느낄 수 없는 미완성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어 좋다. 이번에는 한국민족서예인협회에서 ‘먹빛 통해 내 마음터 찾아가는 체험전’이 열렸다. 장애인들이 서예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장애시설을 찾아가서 붓글씨를 체험하게 하고, 처음 붓을 잡아본 아이들의 삐뚤삐뚤한 솜씨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런데 그 어설픈 그림과 글씨들이 왠지 미소를 짓게 하고 감동을 준다. 도리어 나에게는 추사의 글씨보다 더 감동적이었다. 그런 작품들 중에서 ‘쉬운 하루’라는 이 글씨에 시선이 끌렸다. 보통 ‘보람찬 하루’ ‘좋은 하루’라는 진부한 말들이 많지만, ..

읽고본느낌 2006.10.22

마시멜로 이야기

옆의 동료가 자신이 읽고 있던 책을 권한다. 마시멜로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하면서.... 목차를 살펴보니 성공이라는 단어가 제일 많이 눈에 띄어 별로 탐탁치 않았으나 그래도 삶의 작은 지혜나마 들어있지 않을까 싶어 읽어 보았으나 많이 실망했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내가 보기에 세속적 성공 지향의 처세술에 관한 그저 그런 책에 불과하다.어찌 보면 이 시대에 통용되는 가치관과 어울리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고 베스트 셀러가 되는가 보다. 그러나 삶에대한 진지한 고뇌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책의 짜임도 사장이운전 기사에게 돈을 많이 벌고 출세를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어드바이스를 하는 내용이다. 책의 원어 제목이 'Don't Eat the Marshmallow..

읽고본느낌 2006.10.17

정의를 위한 주님의 기도

자선 행위가 배고픈 사람에게 빵을 주는 것이라면 사회 정의는 그 구조를 변화시켜 지나치게 빵을 많이 갖는 사람도, 빵을 얻지 못하는 사람도 없도록 하는 것이다. 만연히 이웃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자선 행위라면 구체적으로 인종 차별을 다루는 것이 사회 정의이다. 전쟁의 피해자들을 돕는 것이 자선 행위라면 전쟁을 유발하는 궁극적 요인을 지닌 세계의 질서를 바꾸는 것이 사회 정의이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돕도록 유도하는 것이 자선이라면 가난한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한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 정의다. 제도적 이해가 중요한 것은 개인적으로 좋은 사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윤리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이 좋은 개인으로서 살 수 있다(교회에 잘 나가고 기도하며,..

읽고본느낌 2006.09.05

루오

100여 km를 달려 대전까지 간 것은 루오(G. Rouault)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였다. 현재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조르주 루오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루오는 예수를 비롯한 종교화와 사회 밑바닥 계층의 사람들을 많이 그렸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미제레레’ 연작 등 종교성 짙은 그림들과 루오가 사랑한 광대, 매춘부, 가난한 사람들의 그림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정물화와 풍경화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루오는 가난하고 천대 받는 사람들에서 영혼의 빛을 발견했다. 대신에 부자들과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들은 멸시했다. 판사들, 오페라 극장의 귀빈석에 앉아있는 부르주아들의 얼굴은 탐욕스럽고 기괴하게 일그러진 채 그려져 있다. 대신에 곡마단 소녀의 얼굴은 예수의 얼굴을 닮아있다.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

읽고본느낌 2006.08.17

촘스키와의 대화

"미국 정부가 원인 제공을 했으므로 테러의 근본적인 책임은 미국 정부에 있으며, 만약 미국 정부가 국제법 절차에 따라 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국이야말로 무고한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희생시키는 테러 집단이다." 이 말은 9. 11 테러가 일어났을 때 한 촘스키(N. Chomsky)의 말이다. 테러 직후 미 전역이 경악과 분노에 휩싸이고 전세계 언론과 지식인들이 한 목소리로 테러에 대한 성토를 하고 있을 때, 보복을 반대하며 미국의 책임을 강조한 촘스키의 메시지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와 같이 촘스키는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양심'으로 불린다. 전공은 언어학이지만 그분의 관심은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서 세상의 진실을 밝혀내는데 집중되고 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세상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

읽고본느낌 2006.07.18

아담을 기다리며

‘하버드의 수재 학생부부인 마사와 존 베크가 본의 아니게 두 번째 아기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들의 생활은 고통과 절망의 연속이 되었다. 머리 좋고 야심적인 젊은 엘리트로서 학문적, 사회적 성공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거의 미치광이처럼 맹렬하게 학업 경쟁에 몰두하고 있던 이 박사학위 후보자들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아기를 갖는다는 것은 재앙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임신 수개월 후 산과 검사 결과 뱃속의 아기는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버드의 교수, 학생, 의사들은 한결같이 이들에게 장래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는 임신중절을 해야 한다고 당연하게 경고하였다. 그러나 베크 부부는 그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또 그들 자신 내부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태어나게 해야..

읽고본느낌 2006.06.13

신의 역사

카렌 암스트롱이 쓴 ‘신의 역사’를 읽었다. 부제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의 4000년간 유일신의 역사’로 되어 있듯이 세계의 대표적 유일신교인 세 종교의 신 관념의 변화를 서술한 책이다. 두 권으로 된 두꺼운 책이지만 흥미 있게 읽었고, 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종교인, 특히 우리나라의 기독교인이 꼭 한 번씩 읽어보았으면 싶은 책이다. 저자는 ‘신 자체’와 ‘신 관념’이 엄격히 구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신 관념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그 관념들이 상징하는 실재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나도 이 점이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깨달은 사실이다. 이 사실을 혼동하거나 착각함으로써 종교적 오류나 독단에 빠질 위험성이 커진다. 신의 관념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해왔으며 어쩌면 시대적 욕구에 부응..

읽고본느낌 2006.06.06

물오르다

교보문고에 가는 길에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서 열리고 있는 '물오르다'라는 사진전을 스치며 보았다. 이 야외 사진전에는 물을 소재로 한 국내외 사진작가 30여 명의 작품 90 점이 전시되고 있는데, 지구의 소중한 자원인 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사진전이라고 느꼈다. 우리가 만나는 물은 대개 상수도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계량화된 표정 없는 물질이지만,사실 물 만큼 다양한 얼굴과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이번 사진전은 그것을 여러 각도에서 잘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좀더 시간 여유를 갖고 찬찬히 둘러보지 못한 것이다. 여러 작품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 있다. 마리 폴 네그르의 '물공포증 환자들'인데, 물을 통해 물공포증을 이겨내는 훈련을 받는 장면이 찍혀있다..

읽고본느낌 2006.05.09

용서의 능력

최근에 읽었던 ‘용서’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온다. 흑백 인종 갈등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생겼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흑인 해방 운동 단체에 의해 수류탄 공격을 당한 한 백인 여성이 있었다. 지금도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무차별적인 공격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그 공격으로 그녀의 많은 친구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녀 역시 장기간 중환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생명은 구하고 퇴원했지만 다른 사람이 그녀를 목욕시켜 주고, 옷을 입혀 주고, 음식을 먹여주어야 했다. 그녀의 몸속에는 아직도 많은 수류탄 파편이 박혀 있다. 과거사 진실 규명 위원회에 출석한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사건은 내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었어요.” “가해자를 만나고 싶군요. 용서하는 마음으로 ..

읽고본느낌 2006.04.11

마티스와 숭례문

어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 화가들'이라는 전시회를 관람했다. 야수주의 탄생 100 주년을 기념해서 열리는 전시회였는데 마티스를 비롯해서 대표적인 야수주의 작가들의 유화 작품이 100여 점 이상 전시되고 있었다. 야수파들은 자연의 색을 보이는 대로 표현하는 대신 감성에 의해 보고 싶은 대로 또는 보여주고 싶은 대로 현실과 다소 무관한 색채를 이용하는 새로운 회화세계를 열었다고 한다. 전시회에 갔지만 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므로 미술사적으로 야수파가 가지는 의의를 전혀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 전의 경향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고 독특한 것인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을 색채의 마술사라는데 그런 특징 또한 내 눈에는 다른 작가의 작품들과 전혀 구별되지 않아서 답답했다. 사람들..

읽고본느낌 2006.03.06

아일랜드

비디오로 영화 '아일랜드'를 보았다. 가까운 미래의 인간복제를 다룬 SF 영화지만 지금의실제 상황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소재여서 실감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황우석 사태로 민감해진 상황이라 더욱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지구상에 일어난 생태적인 재앙으로 인해 일부만이 살아남은 21세기 초반, 자신들을 지구 종말의 생존자라 믿고 있는 링컨과 조던은 수백 명의 주민들과 함께 부족한 것이 없는 유토피아에서 빈틈없는 통제를 받으며 살고 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부터 몸 상태를 점검 받고, 먹는 음식과 인간관계까지 격리된 환경 속에서 사는 이들은 모두 지구에서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추첨이 되어 뽑혀 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매일 같이 똑 같은 악몽에 시..

읽고본느낌 2006.02.18

생명 - 그 아름다움

어제 오후에는 중림동 가톨릭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김선규 기자의 사진전을 보았다. 사진전의 타이틀은 '생명 - 그 아름다움'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생명들을 따스한 시각으로 포착한 작품들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좋은 작품이란 이렇게 작가의 마음을 읽으며 같이 공감하게 만든다. 특히 각 사진마다 제목과 함께 설명이 적혀 있어 좋았다. 그 글에서 또한 작가의 생명 사랑이 진하게 느껴졌다. 이번에 전시된 몇 작품을 여기에 옮겨본다[www. ufokim.com]. ″김형 팔뚝만한 잉어가 하늘로 뛰어올라″ 지루한 장맛비가 그친 금요일 아침 중계동에 사는 친구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간밤에 사납게 퍼붓던 비로 인해 중랑천 물은 무서운 기세로 흘러 내리고 있었습니다. 2시간의 기다림. 마침내 팔뚝만한 잉어가 수중보..

읽고본느낌 2006.02.03

에버렛 루에스

에버렛 루에스(Everett Ruess)는 1914년 미국 오클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재주가 뛰어났는데,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을 들어가지만 거짓으로 가득 찬 인간 세상에 환멸만을 느낍니다. ‘영원한 자유의 영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고 싶었던 내가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철창이 없는 감옥, 나는 이곳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 주위엔 온통 길들여진 사람들뿐이다. 거짓말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러면서도 모두가 뻔뻔스런 얼굴이다. 어쩌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자체를 깨닫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도시가 싫다. 거짓말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는 문명 세계 대신에 자연의 품을 택합니다. 자연 속에서의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던 그는 결국 19..

읽고본느낌 2006.01.08

슬로 라이프(4)

- 땅에서 나고 땅으로 돌아가는 인생을 닮은 집. 슬로 하우스(slow house) 개념으로 요사이 주목받는 것이 스트로베일 하우스(straw-bale house)다. 이 집은 짚으로 만든 블록을 쌓아서 짓는다.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최근 몇 년 사이 북미나 호주 등지에서 궁극의 친환경 주택으로 불리며 크게 각광받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발군의 단열성이다. - 맛도 좋고, 영양도 좋고, 환경에도 좋다는데.... 잡(雜)이야말로 21세기의 중요한 키워드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잡초, 잡목림, 잡곡, 잡종.... 이 모든 것들은 앞으로의 1차산업에서 재인식되어야 할 말들이다. 특히 미래의 음식문화에서는 잡곡을 빼 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 먹어야 한다면 줄이기라도 하자. 육식 예찬의 이데올로기에서 ..

읽고본느낌 2005.12.28

슬로 라이프(3)

- 인간 중심의 사고야말로 폭력적이다. 이제까지의 민주주의는 지극히 인간중심적이고, 자연을 수단으로밖에는 생각하지 않는 공리주의에 발목 잡혀 있었다. 우리들은 인간으로 구성된 커뮤니티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규칙인 ‘생명의 민주주의’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야말로 비폭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인 것이다. - 속전속결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보통 그럴 여유가 있으면 돈벌이나 다른 경제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자. 자신과 자기 자손들이 살아가야 할 이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가는 정치에, 어째서 우리들은 시간을 좀더 할애하지 않는 것일까. 우리들은 자신의..

읽고본느낌 2005.12.23

슬로 라이프(2)

- 선과 악을 구별하지 못하는 지출 총액일 뿐. 현재와 같은 국민경제 계산법으로는 국가의 광물 자원이 고갈되고 산림이 소멸되며, 토양이 유실되고 수질이 오염된다. 또한 야생 생물과 물고기가 멸종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원이 소멸되더라도 소득 통계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하니 소득은 결국 겉보기의 이익에 불과한 것으로, 진정한 국가의 부는 잃게 되는 것이다. - 왜곡된 경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돈’이 필요하다. 본래 지역 공동체에서는 화폐 경제와는 전혀 다른 이론이 기반이 된 경제활동이 활발했는데, 그 대부분은 이미 화폐 경제 안에서 와해되거나 공동화되고 말았다. 지금 세계의 여러 다양한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지역 통화는 바로 이러한 영역의 재활성화를 꾀한 시도라 ..

읽고본느낌 2005.12.21

슬로 라이프(1)

노인: "훌륭한 젊은이란 게 뭐겠어. 어서 벌떡 일어나서 얼른 일을 하라구, 일을!" 젊은이: "일을 하면 어찌 되는데요?" 노인: "일을 하면 돈을 벌 수 있지." 젊은이: "돈을 벌면 어찌 되나요?" 노인: "부자가 되지!" 젊은이: "부자가 되면 어찌 되는데요?" 노인: "부자가 되면 놀면서 지낼 수 있지." 젊은이: "저는 벌써 놀면서 지내는 걸요!" 쓰지 신이찌가 쓴 '슬로 라이프(Slow Life)'를 읽고 있습니다.위의 예화는 이 책이 말하려는 내용의 일단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책의 목차에 나오는 제목들이 슬로 라이프를 위한 키워드이면서 동시에 성찰의 소재로도 적당할 것 같습니다. 본문의 중심 내용을 발췌해서옮겨 봅니다. - 느리고 단순한 삶은 우리의 마지막 선택이다. 은퇴 후의 느긋한 삶을..

읽고본느낌 2005.12.19

눈먼 자들의 도시

한 남자가 신호를 기다리는 차 안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눈이 먼다. 병원에 찾아가지만 그를 진료한 의사도 눈이 멀고, 눈 앞이 하얗게 변하는 백색실명증은 이렇게 도미노처럼 전 도시로 퍼져 나간다. 정부 당국은눈먼 사람들을 모아 수용소에 격리시킨다. 장님들만으로 살아야 하는 수용소 안은 식량 약탈이나 강간 등 인간의 어두운 본성이 드러나는 지옥으로 변한다. 힘 센 깡패 무리까지 생겨나 식량을 미끼로 금품을 착취하고 여자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다. 그 와중에 오직 한 사람, 눈이 멀지 않은 의사 아내가 있다. 남편을 돌보기 위해눈이 먼 것으로 위장하고들어와서 이 모든 현상들을 지켜보며 눈먼 사람들을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는다. 결국 수용소를 탈출하게 되는데 바깥 세상 또한 마찬가지로 변해 있었다. 모든 사람..

읽고본느낌 2005.12.18

글 뒤에 숨은 글

‘글 뒤에 숨은 글’은 최근에 읽은 김병익 산문집이다. 평론가, 출판인으로 살아온 저자의 자서전적인 글모음인데 내용이 진솔하고 담백해 잔잔한 감동을 받으며 읽었다. 내용 중에서 부러웠던 것은 저자의 독서 편력에 대한 고백인데 초등학생 시절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이 책밖에 없었고, 그래서 많은 독서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5남매의 막내였다 보니 집에는 형들이 읽던 책들이 많았고 여러 분야의 책들을 접하며 지적으로 조숙해졌고 고등학교 때는 ‘사상계’나 ‘현대문학’, 실존철학서들을 읽게 되었다고 한다. 내 경우를 보면 저자와는 정반대였다. 나는 5남매의 장남으로 형이 있음으로써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집에는 교과서 외에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그것이 5, 60년대 농촌의..

읽고본느낌 2005.12.06

유토피아의 농업

유토피아는 토머스 모어가 1516년에 발표한 인간의 이상향을 그린 공상소설입니다. 유토피아가 당시 영국의 부조리한 현실에 바탕을두고 쓰여진오래 된 소설이지만, 지금도 이상적인 사회 모델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 영향을 미치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치 권력이나 교회 같은 당시의 사회 지배층에게 억누리고 착취 당하던 일반 민중들의 삶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서려 있는 작품으로사유재산이 없는 평등사회,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고민과 염원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유토피아에서는 농업을 어떻게 다루었을까요? 유토피아에는 농민이 없습니다. 그것은 모든 국민이 다 농민이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유토피아는 54개의 도시로 되어 있는데 각 도시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안..

읽고본느낌 2005.11.22

민중의 세계사

누가 일곱 개의 성문이 있는 테베를 세웠는가? 책에서 그대는 왕들의 이름을 발견한다네. 왕들이 바위 덩어리를 끌어 날랐는가? 그리고 몇 번이고 파괴된 바빌론, 누가 바빌론을 몇 번이고 일으켜 세웠는가? 건설 노동자들은 금으로 번쩍이는 리마의 어느 집에 살았는가? 만리장성이 완성되던 날 밤에 석공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위대한 로마는 개선문으로 가득 차 있다네. 누가 그것들을 세웠는가? 시저는 누구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는가? 수많은 찬양을 받은 비잔티움, 그곳에 있던 것은 궁전뿐이었는가? 전설의 아트란티스에서조차 대양이 도시를 삼켜버린 날 밤에 사람들은 물에 빠져서도 자기 노예들한테 고함치고 있었다네. 청년 알렉산더는 인도를 정복했다네. 그는 혼자였는가? 시저는 갈리아 사람들을 무찔렀다네. 그의 옆에는 요..

읽고본느낌 2005.10.31

소립자

오랜만에 소설을 한 권 읽었다. 미셀 우엘벡(Michel Houellebecq)이라는 프랑스 작가가 쓴 ‘소립자(Les Particules)'라는 책이다.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물리적 내용을 소재로 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은 20세기 서구 사회의 변화와 그 와중에 희생된 개인의 일생과 문명의 전환을 다룬 스케일이 큰 소설이다. 특이한 점은 포르노 수준의 적나라한 성 묘사가 가득해서 읽는 사람을 나른하고 어둡게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나니 ‘소립자’라는 제목이 전혀 엉뚱한 것만도 아니었다. 사회 시스템 안에서 각 개인은 마치 소립자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소립자는 외부의 물리적 장(場)에 의해 영향을 받고 서로 간에 상호작용을 하는 독립적인 존재이다. 이 책..

읽고본느낌 2005.09.29

'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대화’는 말 그대로 대화 형식을 빌린 리영희 선생님의 인생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봄, 이 책의 출간을 기념해서 선생님의 강연회가 열렸을 때 직접 찾아가서 선생님을 가까이서 뵙고 말씀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책을 읽은 것은 한참이 지나 최근이 되어서였다. 7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한 번 손에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빨려드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선생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은 더욱 깊어졌고, 무지몽매했던 과거의 내 부끄러운 현실의식과 역사의식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한 시대의 구성원인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해준다. 진실을 알고, 그 진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며, 또 진실대로 살기를 염원하는 한..

읽고본느낌 2005.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