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떠난 올 설은 단촐했다. 어머니를 포함해 넷이서 차례를 지냈다. 설 전날 오전에 일찌감치 차례 준비를 마치고 오후에는 햇빛바라기를 하며 마당에서 강아지와 놀았다.
떡국을 먹다가 아내는 눈물바람을 했다. 귀하게 키워서 남의 집에 주었다고 어머니도 한 소리 거들었다. 공주 대접 받고 있을 텐데 뭘 그러느냐, 했지만 내 마음도 한 쪽이 슬펐다.
광주에 돌아오니 딸과 사위가 세배를 왔다. 고향에서는 자식이 되었다가, 내 집에서는 부모가 된다. 통영에 다녀온 둘째는 싱싱한 해산물을 사 가지고 왔다. 스티로폼 박스에 담긴 대구가 엄청 컸다.
자식들은 떠나갔고 다시 둘이 남았다. 집은 잠시 적막에 잠긴다. 쓸쓸한 듯, 흐뭇한 듯, 집안에 묘한 기운이 감돈다. 이 또한 삶이 노년에 주는 새로운 맛이고 선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