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단 세 가지
풀무로 달궈 만든 단순한 호미 하나
두 발에 꼭 맞는 단단한 신발 하나
편안하고 오래된 단아한 의자 하나
나는 그 호미로 내가 먹을 걸 일구리라
그 신발을 신고 발목이 시리도록 길을 걷고
그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저녁노을을 보고
때로 멀리서 찾아오는 벗들과 담소하며
더 많은 시간을 침묵하며 미소 지으리라
그리하여 상처 많은 내 인생에
단 한 마디를 선물하리니
이만하면 넉넉하다
- 세 가지 선물 / 박노해
요사이 내 마음도 이렇다. 호미와 신발과 의자로 상징되는 삶을 그리고 있다. 적당한 노동, 그리고 신발과 의자가 뜻하는 동(動)과 정(靜)의 조화로운 삶을 희망한다. 그래서 마음은 늘 전원에서의 삶을 꿈꾼다. 땅과 나무와 풀의 벗들과 가까이서 살고 싶다.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 세 가지다. 호미 하나, 신발 하나, 의자 하나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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