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가을비 내리는 안면도에서

샌. 2007. 10. 26. 11:59



직장 동료들과 안면도로 가을 나들이를 떠났다. 잔뜩 흐린 날씨가 홍성을 지날 때부터 가는 비로 변했다. 서해 석양을 볼 수 없게 된 아쉬움이 있지만, 대신가을비 내리는 바다의 낭만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안면도 초입에 있는 백사장항의 어느 횟집에서 대하와 꽃게탕을 주문했다. 백사장이라고 해서 모래를 연상했는데, 여기는 항구 이름이 백사장이었다. 차가 들어서면 이집 저집에서 부르는 부담스런 호객 행위가 여전했다. 자연산이라는 대하는 생각보다값이 비쌌다. 그래도 맛은 있었다. 아마 바닷가라는 분위기가 맛을 대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꽃게탕으로 점심을 먹고, 안면도 끝에 있는 영목항에 가서는 전어구이로 입가심을 했다. 전어 맛이 제일 좋은 때가 10월이라는데, 이 시기의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갔던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전어의 고소한 맛은 일품이었는데, 그런데 영목항에서 먹은 전어는 너무 짰다.

 

꽃지해수욕장의 할매와 할배 바위가 완전히 물에 잠겨 있다. 여러 번 꽃지에 갔지만 이렇게 물에 잠긴 모습은 처음이다. 지금이 사리 때라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고운 석양을 만난다면 참 멋질 것 같다.

 



모래사장 안쪽까지 깊숙히 물이 들어와서인지 서해의 바닷물이지만 생각보다 깨끗했다. 서해 하면 흙탕물의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다. 그런 원인은 뻘 탓인데, 인간에게 지저분하게 보이는 것이 생명들에게는 도리어 축복의 터일 수 있다.

 

꽃지의 모래사장을 따라 끝에서 끝까지 걸었다. 가늘게 계속 내리는 비가 우리를 촉촉이 적셔 주었다. 안면송을 보기 위해 휴양림에 가려 했으나 흐릿한 날씨 탓인지 지나치는 바람에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평일이었지만 귀경길은 정체가 이어져 밤 11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무엇을 보았다거나 무엇을 먹었다는 것보다 단지 떠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지 모른다. 길든 짧든 여행의 의미는 일상을 벗어나는 것 속에 다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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