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을이 가까이 왔다.
사무실 창틀을 타고 올라온 담쟁이덩굴도 발갛게 가을물이 들었다.
가장자리부터 가을로 물들어가는 잎에는 온갖 색깔이 다 들어있다. 초록, 연노랑, 연두, 분홍, 주황, 빨강....
잎 하늘에 고운 저녁 노을이 번져 있다.
가을 잎에는 치열한 생존의 투쟁에서 한 발 물러선 고요가 있다.
저 색깔은 자신을 온전히 내주는 자의 여유와 평화의 색깔이다.
올 가을은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과 풍요를 즐기고 싶다.
올 가을에는 슬픈 감상에 젖는 대신, 아낌 없이 버리고 떠나는 아름다움에 대해 묵상하고 싶다. 아낌 없이 주는 나무의 행복에 대해 느끼고 싶다.
누군가는 가을을 '함께 있어도 외로운' 계절이라고 불렀다.
가을은 외로움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계절이다. 홀로 섬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계절이다.
가을이 좋은 것이 어디 저 고운 색깔만이랴.
가을 햇살, 가을 바람, 가을 하늘, 어느 것 하나 귀하고 고맙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은 이 모든 가을의 선물을, 하늘이 준 은총의 자리를 만끽하고 싶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비 내리는 안면도에서 (0) | 2007.10.26 |
---|---|
삼성산에 오르다 (0) | 2007.10.22 |
선운사 꽃무릇을 보러 갔더니 (2) | 2007.10.14 |
가을과 고궁 (1) | 2007.10.11 |
여의도공원을 산책하다 (0) | 2007.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