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여의도공원을 산책하다

샌. 2007. 10. 8. 10:34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여의도에 갔다가 인근에 있는 두 공원을 둘러 보았다. 서울에 살지만 굳이 여의도에 가는 일은 드물다.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스쳐 지나가는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잠시 짬을 내어 여의도공원과 샛강 생태공원을 일부러 찾아갔다. 그러나 시간이 충분하지 못해 가벼운 산책 정도로 일부만 둘러보고 나머지는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전경련회관 20층에서 바라본 여의도공원.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자연공원으로 만든지도 어느덧 10년이 되어간다. 저런 공간을 남겨준 박 대통령에게 고맙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보다는 녹색의 숲으로 탈바꿈을 하게 만든 패러다임의 변화가 더욱 고맙기만 하다. 저런 숲은 도시의 보석이며 숨통이다. 저 녹색의 가치는 그 무엇으로도 대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전에 아스팔트 광장이었을 때 여기는 각종 대규모 행사가 열리는 장소였다. 70년대 초반에 나도 이곳에서 열린 종교 집회에일주일간 숙식을 하며 참가한 적이 있었다. 여의도공원을 내려보고 있자니 어설펐던 그때의 내 모습이 떠올라 피식 쓴 웃음이 나왔다. 집회를 마치고 새로 개통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육 여사의 피격 소식을 들었다. 정치적 혼돈기에 나는 종교에 빠져 있었다.

 



여의도공원에 있는 미끈한 소나무들.

 

공원 안에 들어가면 어떤 곳은 숲 속에 있는 것 같았다. 한국의 센트럴파크라고 부르기에는 미흡하지만, 규모에 관계없이 아름다운 공원이라는 것을안에서도 다시 느꼈다. 남단의 자연생태의 숲은 현재 출입금지 구역인데 생태 탐방을 온 사람들을 따라들어가게 되었든데 자연 숲 그대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여의도공원에 비해 샛강 생태공원은 인공의 손길을 가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여기서는 사람은 손님일 뿐이다. 대부분이 출입금지 구역이고 지정된 산책로로만 다닐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여의도공원보다 훨씬 의미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인간 중심의 사고로는 땅을 활용하지 않고놀린다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매립해서 이용하자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왔지만의식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이렇게 지켜낸 것이 더없이 고맙기만 하다.

 

샛강은 이름일 뿐 좁은 곳은 뛰어 건널수도 있는 개울 수준이었다. 물이 거의 흐르지 않으니 썩은 냄새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도리어 그런 모습이 정겹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습지인 탓에 버드나무가 많이 눈에 띄었고, 갈대와 억새도 많이 보였다.

 





산책로에 토끼가 쉬고 있다. 원래 두 마리가 있었는데 한 마리는 냉큼 도망을 갔다. 그런데 이놈은 바로 옆에 가도 눈치만 볼 뿐 일어나지않았다.

 

이 날은 참석해야 할 결혼식이 세 군데나 있었다. 여의도, 대방동, 평촌을 이어가며 눈도장을 찍느라 분주했다. 결혼식 문화를 다시 생각해 보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서 어쩔 수 없이 관례에 따르며 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들이다. 관혼상제의 전통 관습은 참으로 변화되기가 어렵다. 나부터 실천할 길을 생각해 보지만 막상 일이 닥치면 나 역시 어쩔 수 없게 될 것 같다.

 

새로 시작하는 첫 발걸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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