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주홍날개꽃매미의 경고

샌. 2007. 10. 6. 11:43



여름부터 전에 보지 못했던 곤충이 사무실로 날아들고 있다. 건물 벽의 담쟁이덩굴 속에 있다가 창을 열면 사무실로 들어온다. 낮에는 사람보다 이놈들이 더 많아 누가 사무실 주인인지 모를 정도다. 주로 바닥을 기어다니는데 어떤 때는 책상 위나 심하면 어깨에도 앉는 염치 없는 놈이다.

 

사람들은 보통 중국매미라고 부르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정확한 이름이 '주홍날개꽃매미'다. 중국에서 이동해 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 매미는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는데 따뜻한 겨울 탓으로 폭발적으로 번식했다고 한다. 이상기온의 또 다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주홍날개매미의 특징은 속날개의 주홍색이다. 날 때 보면 몸통이 온통 빨갛게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보면 결코 친해지고 싶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다. 동작이 느려 사람 발에도 쉽게 밟혀 죽는다. 사무실에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시체를 치워내야 한다. 그리고 이름은 매미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결국은 급격한 기상 변화가 이런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아니, 생태계의 변화가 아니라 교란이라고 표현해야 맞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생태적인 급변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바다 온도가 높아져 어획종도 달라지고, 육지에서의 작물도 변화하고 있다. 곤충들이라고 예외가 아닐 것이다.

 

변화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변화는 인위적 요인에 의한 자연계의 혼돈이어서 걱정이 된다. 이런 것들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 사인인 것 같아 주홍날개꽃매미를 바라보는 심정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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