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가을과 고궁

샌. 2007. 10. 11. 20:11

가을이 서서히 찾아오고 있다. 나뭇잎도가을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창문 밖에 있는 나무는 하늘에 가까운 잎부터 노란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가을 기운에 이끌려 퇴근하며 동료와 같이 경복궁에 들렀다. 근무지 바로 옆이 경복궁이니 우리에게는 경복궁이 앞마당과 같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쉬이 들어갈 수 있건만 그럴 마음의 여유를 갖기 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가을 분위기를 만끽하는데 고궁만한 데도 없다. 아직 초추(初秋)지만 만추(晩秋)로 갈수록 고궁은 진가를 발휘한다. 이미 사라진 옛 왕조의 희미한 기억만이 남아있는 곳, 인간의 욕망과 꿈이 뒤엉켰던 현장에 서면 가을은 더욱 우리 가슴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하루의 의미는 거창한 데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의외로 사소한 데서살그머니 찾아온다.함께 한 동료의 손길이 무척 따스했다.
누군가가 행복은 나비와 같다고 했다. 나비를 쫓아다녀서는 잡을 수 없지만, 꽃밭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나비는 저절로 찾아와 어깨 위에 내려 앉는다.

 

이번에 느낀 것인데 조선왕조 600년의 정궁인 경복궁에 오래된 나무가 드물었다.잘 몰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200년 이상된 나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나무를 베어다 궁궐을 건축했는데, 실제 궁궐 안에 살아있는 나무는 빈약하게 느껴졌다.

 

단체 방문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고궁은 그제야 한적해졌다. 사실 경복궁은 워낙 유명세를 타서 낮 시간에는 호젓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조용함을 원한다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시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가을이 더 짙어지면 다음에는 창덕궁을 한 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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