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너무 일찍 찾아간 민둥산 억새

샌. 2007. 10. 1. 10:22



가을의 억새 무리를 보고 싶어 아내와 함께 민둥산으로 달려갔다. 6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하여 새말IC와 평창을 거쳐 민둥산 아래 산행 기점인 증산초등학교에 도착하기까지 4시간여가 걸렸다. 중간에 정선읍내에서 올갱이국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아직 억새꽃이 피지 않았을 거라는 옆 동료의 경고가 있었지만, 정선군에서 지난 28일부터 억새꽃 축제를 시작했으니 설마 준비 안 된 채 손님맞이를 하겠느냐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결국 오판이었다. 하얀 억새꽃밭은 아직 시기상조였다. 적어도 10월 중순은 지나야 제대로 된 억새꽃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민둥산은 1000m가 넘지만 산을 오르는데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산행기점이 고도가 높아서 1시간 30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정상부는 이름 그대로 나무 하나 없는 민둥산이다. 예전 화전민들이 불을 자주 놓아서 벌거숭이로 되었다고 한다. 등산하면서 가끔씩 만나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옛날에는 울창했을 소나무숲을 연상시켜 주었다.

 

올라가는 도중에는 잔뜩 흐린 하늘에 가는 비가 계속 내렸다.등산로는 흙길이었고 비에 젖어서 굉장히 미끄러워 조심해야 했다. 다행히 정상에 올랐을 때는 비가 그쳤다. 기대했던 억새꽃을 보지 못해 실망이었지만 정상부의 펑퍼짐한 지대와 억새로 뒤덮인 능선길이 아름다웠다. 푸근한 인상을 주는 산이었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 억새 보호를 위해 지정된 길 이외에는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었다. 아직 억새꽃의 때가 이르건만 등산로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정상에서 본 아래쪽 풍경. 이런 능선길이 화암약수로 가는 반대쪽으로도 길게 이어지고 있다. 나무도 바위도 없는 민둥산의 정상 풍경은 무척 특이했다.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아내에게 부탁해 기념으로 한 장을 남겼다.

 



민둥산에는 여러 종류의 가을꽃이 보였지만 가장 많이 것이 이 고려엉겅퀴였다. 곤드레나물이라고도 부르는데 역시 강원도의 산에서는 많이 볼 수있었다. 지난 추석에 강원도에 살고 있는 동생으로부터 곤드레나물 말린 것을 받았는데, 나물 중에서 섬유질이 가장 많다고 한다.

 



하산길은 밭구덕을 경유해서 내려왔다. 밭구덕은 민둥산 800여m지점에 있는 넓은 분지인데 민가가 몇 채 있고 경사면은 고냉지 채소밭으로 이용하고 있다. 정선 지역이 석회암지대인데 바로 여기가 땅이 함몰되어 나타나는 '돌리네'라고 한다. 고등학교 때 배운 지식을 실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배추는 이미 출하되어 밭은 비었고, 관광객을 위한 것인지 한 켠에는 메밀밭이 곱게 가꾸어져 있었다.

 

서울로 오는 길은 38번 국도를 따라 와서 감곡IC로 진입했다. 추석이지난 뒷 주여선지 일요일 저녁인데도 도로에 정체가 없어 쉬이 돌아올 수 있었다. 비록 눈부신 억새꽃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는 여행길이었다. 바람이 있다면 억새꽃이 활짝 피거든 민둥산 억새꽃 축제를 열어달라고 정선군청측에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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