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부암동 인왕산 자락에는 대원군 별장이었던 석파정(石坡亭)이 있다. 영의정을 지낸 김흥근(金興根)의 소유였으나 집이 욕심난 대원군이 반강제로 빼앗았다. 집을 빌려 고종을 머물게 한 뒤 주인이 들어갈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왕이 머문 집은 신하된 도리로 들어갈 수 없는 게 당시의 관례였다고 한다. 이러니 권력을 쥐려고 그렇게도 야단을 치는가 보다.
석파정 마당에 멋지게 생긴 소나무가 한 그루 있다. 이곳에 처음 별장을 만든 사람이 심은 나무일 것이다. 수령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300년은 되어 보인다. 대원군을 비롯한 여러 선비들이 이 나무를 완상하며 그늘에서 쉬기도 했을 것이다. 새롭게 단장된 석파정에서 그나마 가장 눈길을 끄는 명품 반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