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회 29차 모임으로 서울대공원 산림욕로를 걸었다. 일주일 가까이 이어진 꽃샘추위가 누그러진 날이었다. 이맘때쯤이면 서울대공원 벚꽃이 활짝 폈을 텐데 맺힌 꽃봉오리가 펴지지를 않고 있다. 벚꽃 축제가 시작된 여의도도 마찬가지다. 산천의 초목들이 전부 움츠러들었다.
그래도 이미 봄의 방아쇠는 당겨졌다. 산길에는 귀룽나무의 초록색이 환했다. 대공원 안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 나온 가족들의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내 아이들 데리고 저렇게 대공원에 놀러다닌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할아버지 소리를 듣게 되었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원래는 한 바퀴를 돌 예정이었지만 오후에 결혼식에 가야 하는 일행이 있어서 반으로 단축했다. 그래도 세 시간이나 걸렸다. 이만한 길이가 오히려 지금의 내 몸에도 알맞다.
오후가 되니 서울대공원 진입로는 거의 마비가 되었다. 몰려드는 차들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따스한 봄 햇살의 유혹을 마다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북쪽이 심술을 부리고 경제가 안 좋다 해도 세상은 평소대로 잘 돌아간다.
한 친구는 얼굴이 핼쑥하길래 물어보니 작정하고 몸무게를 5kg이나 뺐다고 한다. 1일 1식에 관한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번 겨울을 지나며 3kg이나 불었다. 좀 더 적게 먹고 좀 더 걸어야겠다. 잘못하다가는 배불뚝이 돼지가 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