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진보 교육감에 기대한다

샌. 2014. 6. 6. 09:04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체 17개 지자체 중 13곳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승리했다. 대단히 기쁘다. 한국 교육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결과에는 행운도 따랐다. 특히 서울 교육감으로 당선된 조희연 후보 같은 경우는 보수의 분열과 자중지란의 덕을 보았다. 지지율 4%의 낮은 인지도에서 출발하여 극적인 역전승을 했다.

 

13:4의 승리에는 세월호 참사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사고를 계기로 우리 교육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앵그리 맘'은 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바랐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분명한 반대 표시인 것이다. 학부모의 이기적인 의식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변화의 가능성을 본 것만으로도 반갑다.

 

더구나 13명 중에서 8명이 전교조 출신이다. 이는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의 전교조 죽이기가 시대착오적임을 말해준다. 그들은 이념 편향을 내세워 전교조 교사를 매도하고 순수한 뜻을 왜곡했다. 일부의 언행을 침소봉대한 것이다. 물론 전교조에서도 반성할 바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교육 현장이 활기차고 살아있기 위해서는 전교조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친목 단체 수준으로 침체되어 있는 것 같다.

 

이젠 인간 중심, 생명 중심, 사람이 먼저인 교육으로 질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 살벌한 경쟁한 과중한 학습량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이와 교사가 행복한 학교, 웃음이 넘치는 학교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어느 후보는 "학생 가방 무게가 인생의 질이 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교육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기대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우리 아이들을 죽이지 말고 살리는 교육을 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따른 아이들은 고스란히 죽음을 맞았다. 의문과 비판이 배제된 교육은 죽은 교육이다. 학생을 주체적 인격으로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 동시에 교사도 존경받아야 한다. 교사는 기계를 다루는 테크니션이 아니다. "가만히 있으라!"에는 당연히 교사의 자율성 문제도 들어 있다.

 

내가 근무했던 학교, 특히 인문계 고등학교는 교육을 한다고 말하기에도 부끄러웠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지, 라는 물음이 늘 나를 괴롭혔다. 교사가 교직에 대해 회의할 때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며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선출된 교육감은 생트집 잡는 논란에 휩쓸리지 말고 현명하게 정책을 추진해 나가주면 좋겠다. 정부에서도 세월호 사고 이후 국가를 개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니, 먼저 교육 분야에서부터 시작해주길 바란다. 진보 교육감의 의견을 존중하고 중지를 모아 국가백년지대계의 방향을 올바로 세워주길 바란다. 그게 국민의 뜻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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