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 동료와 사패산(賜牌山, 552m)에 올랐다. 5년 전에는 같은 직장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치며 일했는데 지금은 모두 퇴직했다. 어느새 평일 날 한가하게 산에 오르는 영감탱이가 되었다고 K가 말해서 한바탕 웃었다.
등산로 옆에는 회룡사(回龍寺)가 있다. '룡'은 이성계를 가리킨다. 태조 7년(1398)에 이성계는 함흥에서 한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곳에 있던 무학대사를 방문했다. 무학대사는 정도전의 미움을 받아 토굴에 은신하고 있었다. 이성계는 며칠 머물렀고, 임금이 머물렀다 환궁했다는 뜻으로 새로 지은 절 이름을 '회룡'이라고 명명했다 한다.
사패산 정상에 서면 도봉산 줄기가 병풍처럼 펼쳐진 것과 함께 멀리 북한산 봉우리도 한눈에 보인다. 왼쪽에서부터 포대능선을 따라가면 자운봉이 나오고 도봉능선과 보문능선을 지나 오봉 너머에 북한산 백운대가 있다. 장쾌한 파노라마 조망이 시원하다.
회룡역에서 시작하여 회룡사를 거쳐 사패산에 올랐다가 다시 같은 길로 내려왔다. 7km 정도를 걷는데 4시간이나 걸렸다.
오늘 산행은 매우 힘들었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그랬다. 혼자 조용하게 산길을 걷는데 익숙해 있는 터라 여럿이서 하는 산행은 피곤하다. 산에 들어 편안한 건 자연은 말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인간은 쉼 없이 재잘거린다. 별 의미도 없는 말을 억지로 들어야 한다는 건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되는 대로 지껄이는 말은 소음이요 쓰레기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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