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사리 다녀온 올들어 첫 여행이었다. 원래는 연초에 가기로 하고 숙소와 교통편을 모두 예약해 놓았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생활할 장기 숙소를 구할 계획이었다. 허나 늘 그렇듯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인간사 자질구레한 일 탈도 많아서
일마다 어그러져 뜻대로 되는 게 없어라
젊었을 땐 집 가난해 아내 늘 구박하고
말년에 봉급 많으니 기생들만 따르려 한다
주룩주룩 비 오는 날 놀러 갈 약속 있고
개었을 땐 대부분 할 일 없어 앉아 있다
배불러 상 물리면 맛있는 고기 생기고
목 헐어 못 마실 때 술자리 벌어지네
귀한 물건 싸게 팔자 물건 값이 올라가고
오랜 병 낫고 나니 이웃에 의원 있네
자질구레한 일 맞지 않음이 이와 같으니
양주에서 학 타는 신선 노릇 어찌 바랄까
이규보의 '위심(違心)'이라는 시다. 인간사 돌아가는 꼬라지가 꼭 이 시와 같다. 남들은 날 보고 팔자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속 모르고 하는 소리다. 사람살이가 다 비슷하지 특출난 사람은 없다. 화장한 모습 뒤에는 주름살 생얼이 숨어 있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는 처음으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아직은 조작하는 게 영 서툴지만 그런대로 일상을 기록하는데는 무난해 보인다.
나흘밤을 묵었던 크라운캐슬 팬션. 주인장이 무척 친절했고, 관리가 잘 된 잔디도 탐난 숙소였다.
우도(牛島), 걸어서 한 바퀴 돈 게 자랑스러웠다.
섭지코지, 말로만 들었는데 어떤 곳인가 보고 싶었다.
서귀포자연휴양림, 1시간 가량 숲길을 산책했다.
돈내코, 아름다운 계곡인데 일부만 보여주고 있다.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여기서 근무하고 있는 옛 동료를 찾아 보았다. 마음이 아팠다.
외돌개 해안, 역시 제주도의 자연은 아름답다.
제주 월드컵경기장, 서귀포 해수사우나가 지하에 있다.
한라산 진달래밭대피소, 겨우 이곳까지 올랐다가 코 앞에서 백록담을 포기했다.
닷새간 렌트해서 잘 타고 다녔던 모닝, 요만한 경차가 나에게 딱 적당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절물자연휴양림, 마지막 날 제주공항으로 가는 길에 들렀는데 다음에는 12km 순환 코스를 걷고 싶은 곳이었다.
구름 위를 날고 있다. 100년 전 사람들은 상상도 못 했을 경험을 나는 하고 있다. 그때의 어떤 왕이나 황제도 이런 호사를 누리지는 못 했을 것이다. 아마 100년 뒤의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비행기 여행을 하듯 다반사로 우주여행을 할지 모른다. 일부는 화성 관광도 할 것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인간을 어디까지 데려갈지 아무도 모른다. 비극적인 시나리오로는 인류 멸종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또는 수렵채취 시대로 다시 회귀할지 모른다. 이 문명이 지속되더라도 지식과 정보와 부를 독점한 계층에 의해 지배-피지배 관계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내기를 건다면 나는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 쪽이다.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동안에 비행기는 김포 상공을 선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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