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샌. 2015. 7. 1. 11:14

 

이 영화가 개봉될 때는 병상에 있었고, 그 뒤에는 메르스 때문에 바깥나들이를 삼갔기에 극장에서 보지 못했다. 영화도 때를 잘못 만났는지 예상보다 일찍 간판을 내려서 최근에 작은 화면으로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핵전쟁으로 지구는 종말을 맞고 표면은 사막으로 변했다. 군데군데 소집단을 이루며 살아가는 인간들은 물과 기름을 차지하려고 끝없이 싸운다. 독재자 임모탄이 지배하는 왕국에서 여전사 퓨리오사가 탈출하면서 쫓고 쫓기는 자동차 추격전이 벌어진다. 영화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면이다. 얼마나 스릴 넘치게 만들어졌는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액션 장면만으로도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칭찬받을 만하다.

 

겉은 부수고 죽이고 하는 마초적인 영화로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다는 데 이 영화의 매력이 있다. 주인공은 맥스가 아니라 여전사 퓨리오사다. 임모탄 왕국의 사령관까지 오른 퓨리오사는 임모탄의 여자들을 데리고 자신의 고향을 찾아 떠난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결국은 임모탄을 죽이고 왕국의 지도자에 오르는 혁명을 한다. 여성에 의해서 구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맥스의 절대적인 도움이 있었다.

 

임모탄 왕국은 전형적인 남성과 힘 중심의 집단이다. 세뇌된 워 보이들이 이 집단을 지탱한다. 임모탄은 물을 무기로 구성원을 통제하고, 여자는 자신의 씨받이 역할만 한다. 여기에 반기를 든 것이 퓨리오사다. 여성의 힘으로 독재 왕국을 무너뜨린다. 사랑의 힘이 한 워 보이를 반역하게 한다. 씨앗을 지키려는 여성성이야말로 인류의 구원이라고 영화는 말하는 것 같다.

 

종말을 다룬 영화 대부분이 인간의 잔인성을 그린다. 생존 본능이란 무섭다.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환경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 모른다. 힘을 가진 놈은 꼭 독재자로 변하고 모든 자원을 독차지한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종말 전도 비슷하다. 그러나 제한된 자원을 부족하나마 골고루 나누어 가지는 지혜는 불가능한 걸까, 생각해 본다. 지금도 어려운데 종말과 같은 극한적인 환경에서야 오죽할까 싶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풍성한 눈요깃감에 전하는 메시지도 알찬 영화다. 새 지도자가 된 퓨리오사가 집단을 어떻게 이끌지 궁금해진다. 대외적으로는 힘을 강하게 기르면서 내부적으로는 차별 없는 공평한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도전은 이제부터인 것 같다.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와일드  (0) 2015.07.18
행복한 허무주의자의 열정  (0) 2015.07.11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0) 2015.06.27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0) 2015.06.20
잠실동 사람들  (0) 201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