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음주와 폭행, 가난 속에서 힘들게 어린 시절을 보낸 셰릴에게 삶의 버팀목이었던 엄마마저 암으로 죽자 절망한 나머지 방탕한 생활에 빠져든다. 급기야는 남편과도 이혼하고 인생을 포기할 즈음에 셰릴은 마지막 구원처로 고독한 걷기를 선택한다. 미국 서부의 산악지대를 따라 난 PCT 걷기에 나선 것이다.
영화는 셰릴이 94일 동안 이 길을 걷는 모습을 과거의 상처와 교차시키며 보여준다. 3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위험한 야생의 숲과 사막을 걷는 길은 한 여자가 감당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죽음을 각오한 실존적 결단이 아니면 감히 발을 내디딜 수 없다. 셰릴은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감으로써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여정의 종착지에서 결국 그녀는 다시 일어선다.
누구에게나 실패와 좌절이 있다. 영화는 스스로의 힘으로 어떤 고난도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준다. 셰릴은 걸으면서 여러 따스한 마음들과 만난다. 야생의 자연이 주는 위로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셰릴 스트레이드의 자서전 <와일드>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실화다. 셰릴 스트레이드는 26살이던 1995년에 혼자서 PCT를 걸었다.
PCT(Pacific Crest Trail)는 멕시코에서 캐나다까지 연결되는 미국 서부의 4,286km 트레일 코스다.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과 산악 지대를 지나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이 요구되는 위험한 길이다. 하루에 20km씩 쉬지 않고 걸어도 일곱 달이 걸린다. 젊었더라도 이런 걷기를 나는 시도해 볼 수 있었을까? 내내 애틋한 공감과 감탄의 마음으로 리즈 위더스푼을 지켜보았다.
개봉한 지 꽤 되었지만 다행히 아직도 상영하고 있어 옛 직장 동료들과 씨네큐브에서 보았다. 아름답고 안타까운 화면 틈틈이 나오는 귀에 익은 음악도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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