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늙어가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노인이 되면 대체로 고집불통의 꼰대가 된다. 노년의 문화라 부르는 것도 즉물적이고 쾌락적인 것에 만족하는 수준이다. 시대를 고뇌하며 진실된 삶을 추구하는 노인은 드물다.
작년 신문 보도를 통해 채현국 선생을 처음 알았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라는 제목의 젊은이에게 주는 일갈이 시원했다. 선생의 삶과 생각을 소개하는 이 책 <쓴맛이 사는 맛>을 읽으며 선생의 진면목을 다시 대하게 되었다. 참 독특한 분이라는 느낌이 신선했다.
선생을 수식하는 말들을 보면 선생이 어떤 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거인, 기인, 거리의 철학자, 개인소득세 납부액이 전국에서 열째 안에 들었던 거부, 탄광 사고가 난 뒤 사업을 정리해서 나누어준 사업가, 해직기자들에게 집을 한 채씩 사준 파격의 인간, 민주화운동의 후원자 등이다. 선생은 현재 경남 양산에서 효암학원 이사장으로 있다.
채현국 선생은 인간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모델이다. 선생의 삶을 한마디로 말하면 '멋'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관습적인 틀을 거부하고 자유와 파격을 즐기는 데서 멋이 나온다. 선생은 고정관념에 저항하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다. 그런 일관된 자세가 존경스럽고 멋있다.
<쓴맛이 사는 맛>은 선생이 구술한 내용을 정운현 씨가 기록한 책이다. 선생의 생각과 살아온 과정이 담겨 있다. 투박하지만 진솔한 메시지가 조무래기 같은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좌우명도 없다고 하는 선생은 자신의 묘비명을 "쓴맛이 사는 맛이다. 그래도 단맛이 달더라."고 짓겠다고 한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인생을 유쾌하고 행복하게 사시는 분이다. 닮기에는 너무나 높이 있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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