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관계 일을 하시는 분에게서 몇 달 전에 추천받은 책이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서점을 찾았다가 구입하게 되었다. 그분이 밑줄을 그으면서 읽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럴 만한 책이란 걸 몇 장 넘기지 않아 알 수 있었다. <다시, 나무를 보다>는 나무를 통한 삶의 지혜와 통찰이 반짝이는 책이다.
저자인 신준환 선생은 국립수목원장을 지낸 분이다. 전문가시니 나무에 대한 박식함이야 논외로 쳐도 나무만이 아니라 생명과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깊이가 대단하시다.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적 바탕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글이다. 단순히 나무에 관한 책이 아니라 깨달음의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은 3부로 되어 있는데 지은이 생각의 중심은 1부인 '나무의 인생학'이다. 그중 한 부분은 이렇다. 큰 나무일수록 많이 흔들린다. 그리고 나무는 흔들리지 않아서 강한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서 강하다고 말한다. 서로 어울려 숲이 되는 나무를 보면 인간의 살아가는 길이 멀리 있지 않다.
"나의 마음과 너의 마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는 의식도 네가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우리는 상호주관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너는 잘못했고 나만 잘했을 수는 없다. 너와 나는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너의 일이 곧 나의 일이다. 한 바퀴를 돌아왔든 두 바퀴를 돌아왔든, 내가 잘못했기 때문에 네가 잘못하게 되는 것이고 네가 잘했기 때문에 나도 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의 나쁜 마음이 너를 흔들리게 했으나 나의 나쁜 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네가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지금 좋은 마음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네가 나쁜 마음을 먹어도 내가 세상을 지킬 수 있고 그래야 네가 좋아져서 다시 내가 나쁜 마음을 먹지 않을 수 있고, 그렇게 노력하면서 숲에서 나무들이 서로를 지켜주듯이 맑고 고운 사회를 이룰 수 있다."
옳은 것과 틀린 것이 따라 있는 것이 아니다. 같다는 것과 다르다는 것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선하고 악한 것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운명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생각도 다 숲과 나무에서 길어온 지혜다. 지은이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노자가 말한 상선약수(上善若水) 대신 상선약목(上善若木)이라고 쓰고 싶어진다. 그러나 물과 나무가 어찌 다른 것이겠는가.
2부는 '나무의 사회학'이고, 3부는 '나무의 생명학'이다. 특히 3부는 건강과 숲의 치유 효과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각자의 관심에 따라 읽기 좋도록 나누어져 있다. 나는 1부의 내용이 제일 가슴에 와 닿았다. 두고두고 음미하며 읽어볼 만하다. 한 번으로는 아무래도 심오한 의미를 따라잡기가 힘들다.
<다시, 나무를 보다>는 나무 이야기지만 단순한 나무 이야기를 넘어 우주와 생명, 인생의 의미와 연결되어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숙고하게 하고, 제목 그대로 다시 나무를 바라보게 한다. 나무는 그냥 나무가 아니다. 나무를 보고 배우면서 지구를 생각하고 생명을 생각한다. 나무에서 발견하는 삶의 통찰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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