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171]

샌. 2015. 12. 4. 10:19

선생님은 사는 마을에서는 잠잠하여 말도 잘 못하는 듯, 그러나 종묘나 조정에서는 똑똑하게 말하되 오직 조심할 따름이었다.

 

孔子於鄕黨 恂恂如也 似不能言者 其在宗廟朝廷 便便言 唯謹爾

 

- 鄕黨 1

 

 

<논어> '향당' 편은 공자의 언행과 일상생활을 모아놓았다. 옷은 어떻게 입고,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상갓집과 잔칫집에서는 어떻게 행동했는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밝힌다. 공자가 어떻게 살았는지 잘 확인이 되는 편이다. 공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모델이 될 수 있으나, 동시에 형식주의에 갇힐 위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라 내용이며 정신이기 때문이다.

 

'향당' 편은 따로따로 코멘트를 달지 않고 일독만 하며 넘어가기로 한다. 중간쯤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마구간이 탔다. 선생님은 조정에서 물러나와 말하기를 "사람이 상했느냐?" 묻고 망아지는 묻지 않았다.

 

廐焚 子退朝曰 傷人乎 不問馬

 

- 鄕黨 2

 

이 일화를 처음 접한 건 고등학생 때였다. 그때 <논어>를 읽은 건 아니고 어느 책에서 공자의 인본주의 정신을 말하면서 인용한 것이었다. 당시는 상당히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당연한 것이지 기록까지 될 정도로 훌륭한 언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도 그렇게 물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 보니 먼저 "사람이 상했느냐?"고 묻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안다. 나부터도 자신이 없다. 우리를 예로 들면, 외양간이 탔다고 하면 첫마디가 "소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지, 사람 안위를 먼저 걱정하기는 어렵다. 재물보다 사람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게 쉽지 않다. 공자 때와 달리 지금은 '자본주의' 시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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