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첫째가 독립해 나가다

샌. 2011. 4. 10. 08:08


첫째가 오피스텔을 얻어 독립해 나갔다. 그동안 부모와 30년을함께 살았으니 오랜 기간이었다. 이른 아이는 고등학생 때부터 외지 생활을 하는데 서른이 되도록 엄마의 직접 보살핌을 받았다는 건 행운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다. 이번에 불가피하게 따로 떨어져 살게 되었지만 첫째의 성숙을 위해서는 잘 된 일이다. 엄마와의 정신적 탯줄은 빨리 끊으면 끊을수록 좋다고 믿는다.

 

나는 14살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살았다. 외할머니가 수발을해주셨지만 학업에 대한 대부분의 결정은 혼자서 해야 했다. 지금처럼 전화로 상의하고 연락할 수 있던 때가 아니었다. 돌이켜 보면 부모님의 사랑에서 너무 일찍 헤어졌다. 내 심리 속에는 그런 경험의 부족이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늦어도 대학교을 졸업하고 나서는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게 부모나 자식 양 쪽에 다 좋다고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첫째는 너무 오래 함께 있었다. 아이도 이제는 떨어질 때가 되었다는 듯 이 변화를반기고 기대했다. 가장 안타까워 하는 건 역시 아내였다. 며칠 전부터 안절부절하는 게 옆에서 보였다. 여성의 자식에 대한 본능적 집착은대단하다. 모성애야말로 가족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유대감이다. 그러나 적절히 통제되지 않을 때는 본인과 자식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첫째가 살 방이 넓고 깨끗해서 안심이 된다. 시설도 잘 되어 있다. 안 그랬으면 발걸음 떼기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짐은 다 정리해주지도 못했다. 그래도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새롭게 시작된 생활에 얼마나 가슴 부풀어 있을 것인가.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꾸민다는 건 멋진 일이다.게으르지 말고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첫째가 되길 바란다.너의 인생에서 중요한 한 매듭이 될 오늘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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