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이사 준비

샌. 2011. 4. 5. 17:08

이사를 앞두고 살림 정리를 하고 있다. 자주 이사를 다니다 보니 골동품이 적은 편인데 그래도 어디 숨어 있었는지 버릴 물건들이 자꾸 나온다.

 

그동안에 손 대지 않았던것이 사진 박스다. 30년 전부터 찍었던 사진과 필름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필름을 보관하고 있으면 언젠가 필요할 때가 있겠지, 싶었는데 이제껏 한 번도 써먹어 본 적이 없었다. 사진을 꺼내보는 일도 거의 없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옛 추억을 내동댕이치는 것 같아 아쉽기는 하지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30년의 영상이 짧은 시간에 지나갔다. 어떤 사진은 한참을 붙잡고 있었다. 그때 그 사람의 모습이 타임머신이 되어 주었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젊었던 내 모습도 어색한데 다른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인생이란 그저 한 바탕의 꿈이다. 깨고 나면 무슨 꿈이었는지도 잊어 버린다.

 

이 사진들은 어디로 갈까? 쓰레기더미 속에 묻힐까? 아니면 불에 타서 연기로 사라질까? 후자였으면 좋겠다. 쓰레기가 되어 썩어간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싫다. 시골에 가져가서 불로 소멸시키는 의식을 치르고도 싶었다. 그러나 양도 많고 빨리 잊어버리기로 했다. 프린트해 놓은 일기와 개인 기록들도 한 박스가 있다. 이것도 이젠 짐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볼까, 차마 버릴 수가 없다. 이것만은 불로 깨끗이 태울 것이다.

 


이 옷은 거의 30년째 입고 있다. M 중학교에 근무할 때 한 학부모가 선물해 준 것이다. 몸이 약한 학생을 무척 걱정하신 어머니였다. 지금도 바깥 나들이할 때 잘 입고 다닌다. 많은 옷들을 버리고 있지만 이 옷만은 계속 나와 함께 하고 있다. 무척 질기면서 편하다. 앞으로도 10년 이상은 더 입을 것 같다.

 


20여 년 전 문정동에 내 집을 장만하고이사가면서 살림을 대폭 개비했다. 장롱을 비롯해 그때 산 것들을 이제 바꾸기로 했다. 그중에 'Gold Star'라는 상표가 붙은 TV와 매직셰프가 있다. 오래 쓰다가 보니 물건이지만 정이 많이 들었다. 장롱은 혹 중고가구로 재생할 수 있지나 않을까 해서 연락했더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들도 이제 한 수명이 다할 때가 되었다.

 



이사는 이별임과 동시에 새로운 만남이다. 사람, 집, 땅, 물건 등 옛 것과 헤어지고 새로운 것과 다시 인연을 맺는다.그런 게 다 스트레스인지 이사 준비하는 게 너무 벅차다. 더구나 새 아파트로 들어가야 하니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내는 몸져 누웠다.그곳이 좋은 터가 되어 당분간은 이사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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