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글 수가 드디어 5,000개가 되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날은 2003년 9월 12일이다. 하루에 하나씩 글을 올리자고 다짐했는데 그때로부터 5,052일이 지났다. 1D1P[1 Day 1 Post]는 꾸준한 블로거의 상징이다. 불가피하게 어긋날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이 약속을 지켰다.
블로그를 시작할 때 일차 목표가 글 수 5,000개였다. 십삼 년 열 달 만에 그 목표에 이르렀다. 블로그 내용은 하찮더라도 나의 꾸준함에 박수를 보낸다. 내가 나에게 '성실상'을 주고 싶다.
이렇게 초지일관 이어올 수 있었던 건 글쓰기가 내 생활과 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블로그를 하기 전부터 시 읽기는 매일의 습관이었다. 하루에 한 편씩 시를 읽기로 하고 실천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일주일에 시 한 편을 블로그에 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감상이 아니니 부담도 없었다.
처음 '한미르'에 블로그를 개설했는데, '파란'으로 넘어갔다가 지금은 '티스토리'에 둥지를 틀고 있다. 두 번이나 이사하는 과정에서 글과 사진이 깨지는 변고도 겪었다. 그나마 지금의 티스토리가 제일 안정적인데,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소문이 들려서 불안하다. 제발 헛소문이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다음 목표는 글 수 10,000개에 도전하는 일이다. 지금처럼 계속한다면 아마 나이가 팔십 가까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 정도니 욕심 못 낼 이유도 없다. 그 나이가 되어도 튼튼한 두 다리와 꾸준한 글쓰기가 가능하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내가 블로그를 만들어 나가고 있지만, 블로그가 또한 나를 만들고 있다. 일상이든 느낌이든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매일의 독서 습관도 블로그가 있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었다. 게을러지면 글 쓸 소재가 떨어진다. 블로그가 나를 부지런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속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다.
블로그의 글을 골라 책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다. 내 칠순 기념으로 시도해 볼 것이다. 블로그든 책이든 모두가 자기만족이다. 그래도 책을 내는 데는 철면피가 되는 게 필요하다. 좀 더 늙으면 낯도 두꺼워지겠지.
어찌 되었든 블로그 때문에 내 삶이 풍요로워졌다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의 길을 간다. 블로그는 삶의 흔적이고 내가 뒤에 남긴 발자국이다. 가끔 뒤를 돌아보며 삐뚤빼뚤한 내 걸음을 자랑스럽게 보는 일도 즐거운 일이겠다. 누구의 발걸음이든 당사자만 아는 의미와 가치가 있는 법이니까.
'길위의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발이 보약 (0) | 2017.08.01 |
---|---|
건강에 관한 어떤 생각 (0) | 2017.07.21 |
반가운 장마 (0) | 2017.07.02 |
세계 50 트레킹 코스 (0) | 2017.06.22 |
부자를 질투한다 (0) | 2017.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