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에서는 어제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었다. 7월에 접어들었으니 늦은 편이다. 그동안 긴 가뭄이 있어서 더욱 반가운 장마다. 기상청 자료를 찾아보니 5월과 6월의 서울 지역 강수량이 50mm도 안 되었다. 곳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지방은 더 심했다. 대부분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가뭄 피해가 덜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도로 건설과 댐이나 보 만들기에는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한다. 얼마 전에는 두 개의 고속도로가 연이어 개통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와 구리-포천 고속도로다. 댐이나 보는 가뭄 때 덕을 보기는 하지만 꼭 다다익선만은 아닌 것 같다.
장마의 어원이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장'은 한자어 '길 장(長)'이고, '마'는 물을 뜻하는 고어 '맣'에서 온 것이라 한다. '오랫동안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중국이나 일본은 공통으로 '매우(梅雨)'라는 말을 쓴다. 매실 열매가 열릴 때 내리는 비라서 붙은 이름인 것 같다. 같은 한자 문화권인데 우리만 용어가 다르다. 중국이나 일본이 문학적 표현이라면, 우리는 직설적이다.
일기예보에 이번 주에는 내내 우산 그림이 그려져 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니 반갑다. 가뭄 해갈에 기뻐할 농부의 마음이 느껴진다. 지구 온난화로 사계절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장마 시기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장마 이후에 오히려 비가 더 오기 때문에 이제는 우기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 살다 보니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자연 현상의 규칙성이 사람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 우리는 이마저도 불안정한 시대에 살고 있다. 삼한사온이라는 말을 이제는 들어볼 수 없듯이 장마도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반가우면서도 애틋해지는 장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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