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이탈리아(4) - 친퀘테레, 피사

샌. 2018. 3. 19. 13:21

어제 묵은 밀라노의 티파니 호텔은 시설이 안락해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중간에 잠을 깨지 않고 4시 30분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이탈리아 여행 다섯째 날이다.

호텔에서 보이는 이탈리아 아파트다. 이탈리아에는 아파트를 보기 어렵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파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마당이 있는 집을 선호한다. "사랑을 얻으면 한 달이 행복하고, 젖소를 얻으면 1년이 행복하고, 마당을 가꾸면 평생 행복하다"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말한다.

친퀘테레로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걸어간다. 가로수인 오렌지나무가 정겹다.

친퀘테레행 기차를 타는 라스페지아 기차역이다. 숨가쁘게 달려갔지만 눈 앞에서 기차를 놓쳤다.

다음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역 앞에서 비둘기와 놀다. 빵 부스러기를 주니 먹이 다툼이 치열하다.

친퀘테레(Cinque Terre)는 지중해의 리베리아 해안을 따라 있는 '다섯 개의 마을'이다. 남쪽에서부터 리오마지오레, 마나롤라, 코르닐니아, 베르나차, 몬테로소로 해안가 절벽에 세워진 마을들이다. 아름다운 풍광과 옛 모습 그대로의 마을을 지키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자동차는 다니지 않고 기차로만 갈 수 있다.

우리는 다섯 개 마을 중 베르나차와 몬테로소, 두 마을을 찾아간다.

베르나차 골목이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숙소와 음식점이 많다. 예전에는 고기잡이가 주업이었을 것이다. 바다에서 자기 집을 쉽게 볼 수 있게 벽을 화려하게 색칠했다고 한다.

점심은 이곳에서 자유식으로 했는데 우리는 바닷가에 앉아 피자와 커피로 요기를 했다. 간식으로 먹은 정어리 튀김이 맛있었다.

이탈리아에는 어느 마을에나 성당이 있다. 베르나차에 어울리는 소박한 성당이다.

베르나차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찾아간 몬테로소 마을이다. 절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이 오순도순 정겹다. 거친 자연에 대항하여 꼭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이다. 가파른 산기슭에는 계단식 포도밭도 있다.

좀 멀리 떨어져서 보는 마을 풍경이 예쁘다.

기차역에서는 보이는 몬테로소의 뒷 모습이다. 이 지역은 해식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 경치가 아름답다.

그러나 이 정도라면 우리도 충분히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 경치나 문화 유산 측면에서 이탈리아에 뒤질 것이 없다. 다만 얼마나 창의적으로 서양인의 호기심을 자극할 요소를 개발하느냐에 있다. 옛 것을 지켜가면서 현대인의 감각과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다시 기차를 타고 라스페지아역으로 돌아가 버스로 피사로 간다. 가이드가 안드레아 보첼리를 소개하며, 그의 공연 실황 비디오를 보여준다. 장님 성악가인 보첼리가 바로 피사 출신이다. 수다스런 설명보다는 이런 것도 좋다.

친퀘테레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저녁 무렵이 되어 피사에 도착했다. 발걸음이 바쁘다.

피사의 사탑이 있는 미라콜리 광장에는 세례당과 두오모 성당이 함께 있다. 다른 곳과 달리 넓은 잔디밭이 둘러싸고 주변에 큰 건물이 없어 시야도 마음도 시원하다. 늦은 시간이어선지 북적대지 않아 좋다.

원통형 건물이 성 베드로에게 봉헌된 세례당이다. 이탈리아에서 제일 큰 세례당으로 14세기에 지어졌다고 한다.

두오모 성당의 정면 모습이다. 피사의 사탑으로 가는 발걸음이 급해서 세례당이나 성당에는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 두 공을 떨어뜨려 무거운 공이 가벼운 공보다 빨리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고 초기에는 가르쳤다. 그때 교과서에는 갈릴레이가 큰 쇠공과 작은 쇠공을 들고 사탑 꼭대기에 서 있는 삽화도 있었다. 그래서 피사의 사탑이 더 유명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어쨌든 피사의 사탑과 갈릴레이는 뇌리에 함께 각인되어 있다.

피사의 사탑을 배경으로 해서 이상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각도를 잘 맞추면 넘어지는 탑을 사람이 버티는 사진이 나온다. 둘이서 열심히 찍어 보는데 아무리 해도 자연스럽지 않다. 마침 옆에 한국 아가씨 둘이 있어 부탁을 했더니 흔쾌히 응해 준다. 젊은이의 센스는 확실히 다르다. 옆을 지나던 다른 사람도 구경한다. 아내가 갑자기 모델이 되었다.

피사의 사탑은 1173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온갖 사연 끝에 1372년에 완성되었다. 거의 200년이 걸렸다. 공사 시작 5년 뒤부터 기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울어져서 오히려 유명해지게 된 탑이다.

사탑은 예상보다 크고 아름답다. 첨성대를 처음 봤을 때 "애걔걔!" 하던 것과는 반대 느낌이다. 갈릴레이가 기울어진 탑에서 낙하 실험을 했다는 얘기는 참으로 그럴 듯하다. 피사는 갈릴레이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리고 피사대학을 다녔다. 증명되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우리는 아는 많은 부분이 허구가 아닌가. 사탑을 조금 과장되게 찍어 보았다.

부근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광장을 돌아보다. 이미 어두운 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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