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이탈리아(3) - 베로나, 밀라노

샌. 2018. 3. 18. 20:26

3월 11일 이탈리아 여행 넷째 날,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오늘은 여유 있는 일정이라 7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하고, 8시 30분에 숙소를 출발한다. 오전은 베로나, 오후는 밀라노 관광이다.

베로나(Verona)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가 된 도시다. 교황파와 황제파의 싸움을 배경으로 탄생한 사랑 이야기다. 관광객들은 줄리엣을 만나러 베로나로 몰려든다. 그러나 시대 배경은 맞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실재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소설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베로나 시에서는 건물을 사서 줄리엣의 집으로 꾸몄다. 사람들은 허구의 집인 이곳으로 끊임없이 찾아온다. 문화 컨텐츠가 성공한 예다.

또 다른 베로나의 자랑거리는 아레나 원형경기장이다. 현존하는 원형경기장 중 세 번째로 크다. 보존 상태도 양호하다. 이탈리아는 문화 유산을 보존하는 일뿐 아니라 활용하는 능력도 뛰어난 것 같다. 이 원형경기장에서는 1913년부터 매년 여름에 오페라 공연이 열린다.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에서 열리는 특별한 오페라 공연을 보러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며칠 뒤에 콜로세움을 가지만 안에는 안 들어간다기에 이 원형경기장에는 꼭 들어가봐야 한다. 가이드에게 자유시간을 더 허락 받고 부리나케 입장하다. 요금은 10유로다.

1세기에 지어졌는데도 지금 사용해도 될 정도로 스탠드는  완벽하다. 가운데는 오르내리는데 사용된 장치가 있었던 듯하다. 경기장에 서니 옛 로마인의 함성이 들리는 것 같다.

경기장 안의 통로다. 돌과 벽돌이 촘촘히 쌓여 있다.

이곳은 2천 년 전 로마 사람이 앉았던 자리다. 까마득한 세월이 흘러 동방에서 온 어떤 사람이 폐허가 된 이곳에 설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앞으로 2천 년 뒤에 이곳은 다시 어떻게 변할까?

원형경기장에서 내려다 본 베로나 시내다.

밖으로 나와서 본 원형경기장이다. 20세기 초에 일어난 지진으로 외벽이 많이 손상되었다고 한다.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별장이 원형경기장 옆에 있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중심지라 꽤 시끄러울 것 같다.

화려하고 오래된 저택으로 둘러싸인 에르베 광장이다. 비가 끊임없이 내려서 돌아다니기보다는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다. 운동화는 벌써부터 질퍽거리기 시작했다.

줄리엣의 집의 좁은 뜰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 켠에 줄리엣의 청동상이 있는데 오른쪽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나서 그 자리가 반질반질하다. 사진을 찍으려는 열정에는 동양과 서양인의 구별이 없다.

우의를 입은 사람들이 우리 팀이다. 비가 와도 우의를 입은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 이런 차림으로 27명이 몰려 다니니 서양인들이 신기한 듯 바라본다. 사진을 찍기도 한다. 눈에 잘 띄어서 통제하기 좋다고 가이드는 대만족이다.

벽에는 사랑을 맹세하는 낙서로 가득하다.

베로나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밀라노로 달린다.

스칼라 극장 앞에 있는 광장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동상이 있다.

비는 더 세차게 내린다. 밀라노(Milano)는 패션과 디자인의 도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곳으로 유학을 많이 온다. 밀라노는 이탈리아 경제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현대화된 도시지만 문화 유적은 상대적으로 적다. 오늘 우리의 코스도 단순하다.

두오모 광장과 스칼라 광장은 명품 매장이 즐비한 아케이드로 연결되어 있다. 자유시간을 줬지만 비 때문에 갈 데는 여기뿐이다.

"우리 도시에도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 같은 큰 건물을 짓도록 하라." 1386년 밀라노 영주 비스콘티의 명령으로 시작된 성당 건축은 무려 500년이나 걸려 완성되었다. 길이 158m, 높이 109m, 너비 93m에 이르는 대성당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각 도시의 자존심을 건 크기 경쟁이 화려하고 거대한 성당으로 이탈리아 각지에 남아 있다.

안에 들어가 보고 싶으나 줄이 너무 길고 시간이 없다. 껍데기만 보는 구경으로 만족해야 한다. 패키지여행의 한계다. 성당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다. 규모도 규모지만 은은한 대리석 색감이 아름답다.

지붕 위에는 첨탑이 솟아 있고, 성인이 조각되어 있다. 가장 높은 중앙 첨탑에는 성모 마리아가 황금빛으로 빛난다. 몇 년 전 우리나라 방송팀에서 허가 없이 성당 위로 드론을 날렸다가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성모 마리아를 지탱하는 줄에 부딪쳤다는데 잘못해서 마리아상을 훼손했더라면 큰일이 날 뻔했다.

성당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다. 오늘은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밝은 여정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살다 보면 맑은 날도 있고 궂은 날도 있는 법이다. 불평은 쓸데없는 짓이다. 궂은 날은 궂은 날에 맞추어 살면 된다.

저녁 식사에는 일행과 와인잔을 부딪치며 즐거운 시간을 갖다. 특히 가이드가 팀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어 고맙다. 그러나 2차까지 가기에는 몸이 너무 피곤하다. 방에 돌아와 잔뜩 젖은 신발을 드라이기로 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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