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산청 삼매

샌. 2019. 3. 21. 12:13

산청에 있는 세 그루의 오래된 매화나무를 '산청 삼매'라고 부른다. 남명매, 원정매, 정당매다. 오래전부터 찾아가 보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원을 이루었다. 그런데 너무 늦었는지 두 그루는 이미 고사했다. 십 년 전까지는 살아 있었다는데 아쉽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1. 남명매(南冥梅)

 

남명 조식(曺植, 1501~1572) 선생이 61세 때 지리산 천왕봉이 바라보이는 이곳에 산천재(山天齋)를 짓고, 뜰에 심은 나무라 한다. 수령이 500년 가까이 되는 매화나무다.

 

이 매화나무와 관계 있음직한 선생의 시가 전한다.

 

朱點小梅下

高聲讀帝堯

窓明星斗近

江闊水雲遙

 

작은 매화 아래서 책에 붉은 점 찍다가

큰소리로 요전을 읽는다

북두성이 낮아지니 창이 밝고

강물 넓은데 아련히 구름 떠있네

 

 

 

 

 

 

 

2. 원정매(元正梅)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마을의 하씨 고가 뜰에 있는 매화나무다. 하즙(河楫, 1303~1380) 선생이 심은 것으로, 원정매라는 이름은 그분의 시호에서 따왔다. 수령은 600년이 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다. 아쉽게도 원목은 2007년에 고사하고, 후계목이 뿌리에서 자라고 있다.

 

하즙 선생이 지은 매화시가 전한다.

 

舍北曾裁獨樹梅

臘天芳艶爲吾開

明窓讀易焚香坐

未有塵埃一點來

 

집 양지 일찍 심은 한 그루 매화

찬 겨울 꽃망울 나를 위해 열었네

밝은 창에 글 읽으며 향 피우고 앉았으니

한 점 티끌도 오는 것이 없어라

 

 

 

 

3. 정당매(政堂梅)

 

산청군 단성면 단속사터에 있는 매화나무다. 통정공 회백(淮伯) 선생과 통계공 회중(淮仲) 선생 형제분이 유년 시절 단속사에서 공부할 때 심은 매화나무로 전한다. 회백 선생 벼슬이 정당문학에 이르렀다 하여 정당매라 부른다. 수령은 600년 정도 되었다. 그러나 정당매로 고사하고, 2013년에 가지 일부를 접목으로 번식하여 후계목으로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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