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만만한 뒷산

샌. 2020. 4. 7. 12:59

 

마음대로 나다니지 못하니 만만한 게 뒷산이다. 뒷산을 찾는 빈도가 두 배는 늘었다. 그 또한 좋은 일이다. 만화방창한 봄이 집 주변이라고 비껴갈 리 없다.

 

코로나19로 지구가 조용해지고 깨끗해졌다는 보도가 연신 나온다. 인간 활동이 주춤해진 결과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부산스럽게 살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여행' 대신에 '소풍'이라는 말이 되살아날까. 탐욕을 좀 덜어낼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코로나19 전과 후로 세상이 달라질 거라고 말하는데, 과연 어떻게 변한다는 의미일까. 국가간 연대나 차별을 넘어선 인류의 통합이라는 가치가 살아날 것인가. 위기는 기회가 된다지만 IMF나 금융 위기를 겪고 나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방향 전환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코로나로 잠깐 멈칫하겠지만, 그 뒤에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가속 페달을 밟은 듯 더 거세게 질주할까 두렵다.

 

 

 

뒷산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았다. 뒷산 위에는 지금 막바지 진달래가 한창이다.

 

 

하늘을 올려다 보면 끝간데 없이 푸른 하늘이다. 가끔 미세먼지 경고가 뜨기도 하지만, 올봄은 대체로 공기가 깨끗하다. 나무에는 새 잎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각 나라의 태도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중에서 스웨덴의 '집단 면역' 방식이 특이하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우리나라와는 반대다. 일상 생활을 하면서 집단 면역이 생기거나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기다린다. 아이들은 등교해서 수업을 받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엄격하지 않다. 바이러스를 적대시하기보다 공존하는 정책이다. 많은 희생자가 생길 수 있는 위험이 있는데, 스웨덴의 실험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빨리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누구나 바란다. 그런데 우리가 '정상'이라 부르는 일상이 어때야 하는지를 그다지 고민하지는 않는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관성적인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산길을 걸으며 내 걸음을 생각해 본다.

 

또한 나는 이 봄을 즐겨야 마땅한 일이다. 코로나19도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에서 예외일 수 없을 테고, 누가 무엇이라 지껄이든 세상은 제 궤도를 따라 굴러갈 것이다. 고개 돌리면 눈부시게 아름다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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