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손주와 남한산성에서 놀다

샌. 2020. 4. 9. 12:29

 

손주를 데리고 남한산성에 갔다. 산성마을에 주차하고 현절사를 지나는 산길에 들었다. 바람이 세게 불어서 처음에는 무척 차가운 날씨였다.

 

 

아이들은 시력이 엄청 좋다. 어른 눈에는 띄지 않는 것을 무척 잘 잡아낸다. 또한, 움직이는 것에도 매우 예민하다. 슈퍼 레이더이다. 아이 눈에는 길을 걸으며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한가 보다. 나는 사소한 것을 신기하게 여기는 아이를 신기해 한다.

 

손주는 다른 아이에 비해 자연물에 호기심이 많다. 동네 놀이터에서도 화단 옆에 쪼그리고 앉아 무엇이든 움직이는 걸 찾아내고 놀려고 한다. 아이들이 '개미 박사'라고 불러줄 정도다. 식물에 대한 관심도 많다. 이번 산길에서도 새로운 꽃 이름을 여러 개 알려 주었다.

 

 

할머니와 손 잡고 성곽길을 걷는다. 이만큼 컸으니 이젠 어디든 데리고 나올 수 있다. 손주가 옆에 있으면 아무래도 웃을 일이 많이 생긴다. 노인 둘이 걸을 때보다는 생기가 넘친다. 귀찮을 때도 있지만 반대 급부가 훨씬 더 크다.

 

 

 

서문 밖에 있는 전망대에서 서울을 구경할 때 손주는 돌탑을 쌓으며 논다. 다 쌓고 나서는 두 손 모으며 "코로나를 빨리 사라지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한다.

 

 

 

기대 안 한 복수초를 만났다. 복수초 때는 한참 지났는데 아직 남아 있는 놈도 있다.

 

 

손주는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도망 가거나 딴짓을 한다. 제대로 포즈를 잡아준 첫 사진이다. 이것도 할머니가 사진 찍을 때 옆에서 컨닝한 것이다. 아이 사진을 잘 찍으려면 아이와 친해지는 게 먼저인 것 같다.

 

손주는 할머니를 제 어미보다 더 좋아한다. 밖에 나가면 할머니를 보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지팡이를 만들어 주고, 안전한 길로 안내하고, 어른보다 더 나은 마음을 쓴다. 대신 할아버지는 별로다. 할아버지 말은 '낯설다'면서 싫어한다.

 

산성마을에서 북문, 서문, 남문, 7암문을 거쳐서 다시 산성마을로 돌아오는 길을 4시간 동안 걸었다. 이 또한 코로나19가 준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손주 덕분에 깔깔거리면서 놀며 걸은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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