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봄내길 2코스를 걷다

샌. 2020. 4. 14. 14:56

코로나19로 멀리 나가는 걸 자제하다가 두 달만에 동네 밖으로 나갔다. 강촌에 있는 봄내길 2코스를 걷기 위해서였다. '봄내길'이라는 이름이 왠지 이 봄과 어울릴 것 같아 선택한 길이었다. 아내와 함께 손주가 동행했다.

봄내길은 춘천 지역의 트레킹 길이다. 전부 일곱 개 코스가 있다. 이번에 걸은 2코스는 별칭이 '물깨말구구리길'이다. 안내판 설명에 나온 대로 '물깨말'은 '물가 마을'이란 뜻이고, '구구리'는 '골 깊은 아홉 굽이를 돌아드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물깨말과 구구리를 거치는 길이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다.

구곡폭포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우리는 반시계방향으로 돌았다. 임도를 따라 완만한 오르막을 길게 올라야 한다. 봄내길 2코스는 전체 길이가 7.2km이고, 소요 시간이 두 시간 반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아이와 같이 걷는 걸음이 느릴 수밖에 없다. 올라가는 데만 세 시간이 걸렸다.

손주는 물만 보면 눈이 반짝인다. 계곡에는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게 많기 하다. 개구리 알, 올챙이, 개구리, 도룡뇽 알 등 무조건 내려가서 건지고 만지고 해야 한다.

손주가 수생생물을 살피는 사이 나는 땅을 살핀다. 물가에는 피나물이 많이 피어 있다.

산길에는 꽃이 참 많다. 제비꽃, 양지꽃, 현호색이 대표 삼총사다.

꼭대기에 문배마을이 있다. 옛날에 문배나무가 많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정취 있는 산촌 마을을 기대했는데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하다.

문배마을에서 30분 정도 내려오면 구곡폭포다. 손주는 카메라 앞에서 얌전하게 포즈를 잡아주지 않는다. 둘이 점잖게 사진 찍으려 했는데 이렇게 짖궂은 장난을 친다. 이번에도 실패다.

구곡폭포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 옆에는 야생화 꽃밭을 만들어 놓았다. 비록 때 늦기는 했지만 노루귀, 꿩의바람꽃, 회리바람꽃, 복수초 같은 귀한 꽃을 볼 수 있었다.

△ 현호색

△ 노루귀

복수초

△ 괭이눈

△ 남산제비꽃

△ 고깔제비꽃

△ 잔털제비꽃

손주와 봄내길 2코스를 한 바퀴 도는 데 다섯 시간이 걸렸다. 코로나19 덕분에 손주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아이가 보는 세상은 어떤 걸까. 아이의 행동을 지켜보노라면 경이롭기만 하다. 손주 때문에 즐거웠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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