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 수족관 속 우글거리는 산낙지 푸른 바다 누비던 완강한 접착력의 빨판도 유리벽의 두루뭉술함에 부딪혀 전투력을 잊은 채 퍼질러 앉은 지 오래 가쁜 호흡의 나날을 흐물흐물 살아가는 산낙지 주인은 부지런히 고무호스로 뽀글뽀글 하루분의 산소를 불어넣어 준다 산낙지를 찾는 손님들이 들이닥칠 때 여기 쌩쌩한 놈들이 있는뎁쇼 히히 제발 그때까지만 살아 있어 달라고 살아 있어 달라고 그러나, 헉헉대는 그대들의 숨통 속으로 단비처럼 달콤히 스며드는 저 산소 방울들은 진정 생명을 구원하는 손길인가 투명한 수족관을 바라보며 나는 투명하게 깨닫는다 산소라고 다 산소는 아니구나 저 수족관이라는 틀의 공간 속에서는 생명의 산소도 아우슈비츠의 독가스보다 더 잔인하고 음흉한 의미로 뽀글거리고 있는 것 아니냐 - 체제에 관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