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 33

7월 뒷산

여름에는 뒷산을 거의 가지 않는다. 집요하게 달려드는 모기를 비롯한 날벌레 때문이다. 이놈들은 한 번 목표를 정하면 절대 포기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덤벼든다. 산길을 걷는 건지, 이놈들과 싸움하는 건지 구분이 안 된다. 너무 성가셔서 아예 여름산은 가지 않는다.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킹을 할 때 사용했던 얼굴 방충망을 꺼냈다. 밀포드의 샌드플라이 공격은 악명이 높다. 좀 불편하더라도 이걸 덮어쓰고 뒷산에 올랐다. 성가신 날벌레는 물리칠 수 있는데 대신 시야가 흐리고 답답하다. 그래도 쓰는 편이 훨씬 낫다. 살아가면서 귀찮게 하거나 성가시게 하는 근심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름 날벌레쯤이야 산에 가지 않으면 된다. 얼굴 방충망이나 해충 기피제도 있다. 그러나 인생사에서는 내 힘으로는 도무지 어찌할 수 없..

사진속일상 2020.07.03

물 끓이기 / 정양

한밤중에 배가 고파서 국수나 삶으려고 물을 끓인다. 끓어오를 일 너무 많아서 끓어오르는 놈만 미친놈 되는 세상에 열받은 냄비 속 맹물은 끓어도 끓어도 넘치지 않는다. 혈식(血食)을 일삼는 작고 천한 모기가 호랑이보다 구렁이보다 더 기가 막히고 열받게 한다던 다산 선생 오물수거비 받으러 오는 말단에게 신경질부리며 부끄럽던 김수영 시인 그들이 남기고 간 세상은 아직도 끓어오르는 놈만 미쳐 보인다. 열받는 사람만 쑥스럽다. 흙탕물 튀기고 간 택시 때문에 문을 쾅쾅 여닫는 아내 때문에 '솔'을 팔지 않는 담뱃가게 때문에 모기나 미친개나 호랑이 때문에 저렇게 부글부글 끓어오를 수 있다면 끓어올라 넘치더라도 부끄럽지도 쑥스럽지도 않은 세상이라면 그런 세상은 참 얼마나 아름다우랴. 배고픈 한밤중을 한참이나 잊어 버리..

시읽는기쁨 2020.07.02

금강경[24]

"수보리여, 여기 십억이나 되는 우주, 그 가없는 우주에 흩어져 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미산들이 있고, 누군가 이 수미산들만큼 많은 일곱 가지 보배를 모든 부처님께 공양 올린다고 한다면, 그리고 만일 어떤 사람이 이 가르침 가운데 네 구절의 게송만이라도 삶으로 받아 지녀 즐겨 읽고 절로 외우고 이웃들과 함께 나눈다면 앞의 공덕은 이 공덕에 백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만억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나아가 어떤 셈이나 말로도 미칠 수가 없겠습니다." - 금강경 24(견줄 수 없는 복과 지혜, 福智無比分) '성불(成佛)하십시오'는 불자들의 인사로 알고 있다. 부처와 같은 깨달음을 얻으라는 축원일 것이다. 예수를 닮는다는 '예닮'도 같은 의미라고 본다. 인류의 큰 스승님을 가슴에 품고 산다는 ..

삶의나침반 2020.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