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7월 뒷산

샌. 2020. 7. 3. 11:21

 

여름에는 뒷산을 거의 가지 않는다. 집요하게 달려드는 모기를 비롯한 날벌레 때문이다. 이놈들은 한 번 목표를 정하면 절대 포기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덤벼든다. 산길을 걷는 건지, 이놈들과 싸움하는 건지 구분이 안 된다. 너무 성가셔서 아예 여름산은 가지 않는다.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킹을 할 때 사용했던 얼굴 방충망을 꺼냈다. 밀포드의 샌드플라이 공격은 악명이 높다. 좀 불편하더라도 이걸 덮어쓰고 뒷산에 올랐다. 성가신 날벌레는 물리칠 수 있는데 대신 시야가 흐리고 답답하다. 그래도 쓰는 편이 훨씬 낫다.

 

 

살아가면서 귀찮게 하거나 성가시게 하는 근심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름 날벌레쯤이야 산에 가지 않으면 된다. 얼굴 방충망이나 해충 기피제도 있다. 그러나 인생사에서는 내 힘으로는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다. 도저히 친해질 수 없는 타자가 있다. 지속해서 스트레스를 주지만 안녕, 하고 떠나갈 수도 없다. 상대를 바꾸려고 하기보다 나를 바꾸는 게 지혜라고 선인은 말한다. 대상을 대하는 관점을 바꾸면 의외로 무거운 짐이 아닐 수 있다. 내가 만든 환영이며 착각이었는지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산길을 걷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구름의 율동이 멋진 날이었다. 마음자리가 저리 유유하고 공활하니 뭇 존재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지 않은가. 나는 모래알처럼 작으면서 날파리처럼 분주하고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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