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어머니 생신 모임

샌. 2020. 6. 29. 21:46

이번에 어머니가 구순을 맞으셨다. 예전에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였다. 지금은 백세시대라지만 그래도 구십이라는 나이는 쉽게 주어지는 혜택은 아니다. 비록 작은 동네긴 하지만 고향에서는 현재 어머니가 최고령이시다. 내가 나가는 한 모임의 회원 열 명 중에는 현재 생존하신 부모님이 딱 두 분 계신다. 확률이 10%인 셈이다.

원래는 이모와 고모, 그리고 조카까지 초대하는 모임을 계획했었다. 그런데 코로나라는 변수가 생겼다. 어머니는 이런 판국에 무슨 생일 행사냐고 손사래를 치셨지만 자식 처지에서는 모른 척 넘길 수 없었다. 형제만 함께 하는 간소한 모임으로 축소하고 펜션 독채를 빌렸다. 손주도 오라 하지 않았다. 음식점에서의 외식 대신 펜션 안에서 모든 걸 해결했다. 청풍호반 케이블카도 예약했다가 마지막에는 취소했다. 축하도 축하지만 우선 어머니의 안전이 우선이었다. 코로나가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동생이 모든 걸 주관했다. 펜션 방의 벽에는 꽃다발과 함께 축하 현수막도 걸었다. 문구가 참 재미있다.

"인생은 90부터! 오늘부터 한 살이라 전해라!"

오지 못한 손주들은 케이크나 다른 선물 등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이들 없이 늙은이들끼리 보낸, 북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의미 있는 모임이었다.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는 것이 최고의 효도가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최고의 효도란 첫째가 자식의 건강, 둘째가 자식들 사이의 우애라고 생각한다. 자식이 아프다는 것만큼 부모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것이 없다. 심지어는 자식을 앞세우기도 한다. 고령사회에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다음으로는 자식들이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다. 형제 자매간에도 상당한 경쟁 심리가 작동한다. 장성하고 결해서도 우애 있게 지내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복잡한 사정이 얽히게 된다. 그중에서도 제일 원인이 돈이다. 부모를 누가 모시느냐는 문제도 있다. 어느 집이나 크고 작은 갈등이 존재한다. 어떻게 현명하게 헤쳐나가는가는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돌아가신 뒤에 진한 눈물을 흘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살아 계실 때 마음을 편하게 해 드려야 하는데 그게 다짐처럼 쉽지 않다. 늘 죄송하고 안타깝다.

 

펜션 앞의 아침 풍경이 고즈넉했다. 인공으로 변형시켜도 자연은 원래 모습을 잃지 않는다. 인간 마음의 풍경도 그리 닮았으면 좋겠다.

어머님의 무병 장수하심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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