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경안천에 나가다

샌. 2020. 6. 26. 12:54

석 달 만에 경안천에 나갔다. 코로나 이후로 몸을 움직이는 활동량이 많이 줄어들었다. 걷기를 목적으로 하는 바깥출입은 코로나 이전의 1/3쯤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몸무게는 별 변화가 없는 게 신기하다. 덜 걷는 대신 식사량도 그만큼 감소한 탓이 아닐까. 인간은 어쨌든 환경에 맞추어 살아가기 마련이다.

밖에 나오면 열심히 걷기보다 카메라를 들고 이것저것 찍어보는 게 취미다. 사라져가는 존재의 애틋함에 멍하니 바라볼 때가 가끔 있다. 풀, 달팽이, 구름이기도 하고, 넓은 풍경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는 것은 이들과의 작은 눈맞춤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스쳐지나갈 것을 한 번 더 유심히 바라보는 것이 사진 찍기가 아닐까.

천변 산책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산하다. 사람이 들어간 풍경을 찍으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 대도시를 떠나 사는 좋은 점이다. 대신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이곳에 온 지도 어언 10년이 되어 간다. 거처를 옮길 때가 가까워지고 있다. 스트레스를 주는 외적인 압박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서다. 머릿속에서는 온갖 그림이 왔다갔다 한다.

시내에 볼일 보러 나온 아내와 후반부에 합류했다. 아내는 요사이 하루 만보 걷기를 하는 중이다. 나보다 훨씬 빠른 걸음으로 앞서갔다.

여름 경안천변에는 기생초가 많이 피어 있다. 북아메리카 원산인데 이름이 왜 하필 '기생(妓生)'인지 궁금해서 한참 지켜봤다. 너무 야하게 돋보이는 화장을 해서일까. 

그저께부터 장마가 시작되어서 하늘은 내내 짙은 먹구름으로 덮여 있었다. 가끔 우산을 펴기도 했다. <도덕경>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회오리바람도 아침 내내 불 수 없고, 소낙비도 하루 종일 내릴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나의 위로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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