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석촌호수 산책

샌. 2020. 6. 20. 08:26

서울에 나간 길에 석촌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두 시간의 여유가 있어 느릿느릿, 쉬엄쉬엄,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며 거북이걸음을 했다.

석촌호수의 정식 명칭은 송파나루공원이다. 원래 송파나루터가 있던 곳으로 한양에서 각 지방으로 이어지는 뱃길의 요지였다. 과거 잠실 쪽 한강에는 부리도(浮里島)라는 섬이 있었고, 한강이 두 갈래로 나누어져 흘렀다. 1971년에 부리도의 남쪽 물길을 폐쇄하고 섬을 육지화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그때 막은 남쪽 물길이 지금의 석촌호수로 남게 되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석촌호수 옆에서 3년 정도 살았다. 80년대 중반이었다. 그때는 휴일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에 자주 놀러 나왔다. 송파나루공원을 조성하기 시작한 초기 단계였다. 아득한 옛 생각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공원 벤치에는 군데군데 바둑을 두며 신선놀음을 하는 노인이 보였다. 실내 기원은 염려되니 야외로 나온 것 같다. 이 또한 코로나가 바꾼 모습이다.

호수 주변 풍경에서 가장 큰 변화는 롯데월드타워다. 2017년에 준공된 이 건물은 높이 555m, 123층으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 현대 테크놀로지의 위용과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자꾸 쳐다보게 된. 그러다가 휴, 하고 한숨이 나온다. 내가 너무 초라해 보인 탓일까, 자연의 장엄한 풍광은 이런 식으로 나를 격리시키지 않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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