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갈까 말까 망설였다. 수도권에서는 코로나가 확산 중이라 모임을 자제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래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두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이 모임은 지난번에 취소되어서 넉 달 만에 만나는 거였다. 야외 걷기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경떠회 여섯 명이 모였다.
가볍게 생각하고 작은 숄더백만 하나 걸쳤다. 이 여름에 물조차 준비하지 않았다. 남과 물통을 공유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갈증을 오래 참아야 했다. 구름이 껴 햇빛을 막아주었지만 습도가 높아 쉬이 지치는 날이었다.
서울숲-남산길은 성수동 서울숲과 남산을 연결하는 길이다. 서울숲, 응봉산, 대현산, 금호산, 매봉산을 넘어 남산까지 연결된다. 우리는 옥수역에서 만나 응봉산에 올랐다.
응봉산은 봄 개나리로 유명하다. 꼭대기에 정자가 있다.
응봉산에서 보는 서울의 남동 방향 풍경.
응봉산에서 내려오는 길.
길가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많았다. 대현산에는 장미 정원이 있다.
여기는 응봉공원과 응봉근린공원 중간 지점으로 전체의 1/2 쯤 된다.
매봉산공원을 향해 가는 길. 서울 도심에 이런 녹지축이 있다는 건 다행한 일이다.
매봉산공원 정상에서 본 서울. 한강 조망이 좋다.
산길을 다 걷고 시내로 들어섰다. 장충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는 옹벽 공사가 한창이다. 남소문이 있던 자리다.
평양면옥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찻집에서 정담을 나누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로 의견이 나뉘었다. 나는 별 변화가 없을 거라고 했다. 이 정도로 여태껏 살아온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반성이 과연 가능할까. 그러자면 얼마만한 충격이 가해져야 할까. 만약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고 코로나가 잠잠해진다면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옛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장담컨대 공항은 다시 관광객으로 북적일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내 이득을 추구할 것인가로 인간은 더 골몰할 게 틀림없다. 파멸 직전에 갈 때까지 지구 환경이나 생태는 남의 얘기로 들을 게 뻔하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다.
서울숲-남산길의 정식 루트 길이는 8.4km다. 우리는 시작과 끝 부분이 어긋났지만, 걸은 거리는 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약 4시간이 걸렸다. 나로서는 오랜만에 나선 꽤 긴 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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