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2

개망초(2)

"에이, 망할 놈의 잡초!" 너무 힘드니까 수도 없이 이렇게 중얼거렸을 것이다. 그래서 이름이 '망초'가 된 게 아닐까. 더구나 덧붙인 게 하필 '개'로 이름이 '개망초'다. 농부의 고단함과 하소연이 묻어 있는 풀이다. 너무 흔하고 귀찮으니까 꽃도 이쁘게 여기지 않는다. 이건 개망초야, 하면 어감부터 한 수 접고 들어간다. 꽃꽂이용으로도 인기가 없다. 개망초 입장에서는 억울할 일이다. 개명 신청이라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개망초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가늘게 갈라진 하얀 꽃잎은 봄바람에 한들거리는 스커트 자락처럼 부드럽다. 개망초는 억센 땅을 녹색으로 덮어주는 고마운 풀이다. 이리저리 짓밟혀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버텨낸다. 그러면서 꽃은 곱고 부드러우니, 외유내강의 풀이다. 개..

꽃들의향기 2019.06.21

개망초

'개망초' - 이름 때문에 억울한 피해를 보는 대표적인 꽃이다. '망초(亡草)'라는 어감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는데 거기에 접두어로 '개-'가 붙어 있으니 꽃으로서는 참 답답한 노릇이겠다. 망초는 산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잡초이다. 키가 멀쑥하게 커 올라가서는 여러 줄기로 갈라져서 아주 작은 꽃을 피운다. 꽃은 사람 눈에 거의 띄지 않을 정도로 작다. 우리나라가 일제에 패망할 때 곳곳에서 이 식물이 번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을 망초로 지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또 다른 해석은 밭이 황폐해지면 맨 먼저 이 식물이 나타나 뒤덮는다고 해서 망초라고 부르게 되었다고도 한다. 그런데 개망초는 한 눈에 보아도 망초와는 전혀 다르게 생겼다. 키고 훨씬 작고, 꽃의 크기도 달라 가늘게 방사상으로..

꽃들의향기 200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