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3

그늘에 대하여

일본 작가인 다니자키 준이치로(1886~1965)의 산문집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일본의 전통미에 경도해 이를 글로 아름답게 살려내는 새로운 경지를 연 작가다. 여기에 실린 '그늘에 대하여'가 대표적이다. 이 책에는 '그늘에 대하여'를 비롯해 '게으름을 말한다' '연애와 색정' '손님을 싫어함' '여행' '뒷간' 등의 작품이 실려 있다. 흔히 전통미를 말할 때 형태와 맵시에 주목하지만 작가는 일본 건축에 스민 그늘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한다. '그늘에 대하여'는 빛을 다루는 일본인의 섬세함을 일본적 감성으로 잘 그려내 보여준다. '그늘에 대하여'의 원제는 '음예예찬(陰翳禮讚)'이다. '음예(陰翳)'는 생소한 용어인데 '그늘인 듯한데 그늘이 아니고, 그림자인 듯한데 그림자도 아닌 거무스름한 모습'이라고 한..

읽고본느낌 2023.11.05

넌 누구니?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고양이를 가끔 만난다. 지하 주차장은 어둡고 따스하니까 고양이의 쉼터로 적당한 조건을 갖추었다. 차 보닛과 앞 유리창에 자주 찍히는 고양이 발자국이 이곳이 고양이 놀이터임을 잘 보여준다. 특히 보닛 위를 좋아하는 건 차 엔진의 온기 탓인 것 같다. 오늘은 무심코 운전석에 앉은 뒤 앞을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시커먼 놈이 날 노려보고 있어서였다. 처음에는 부엉이인 줄 알았는데 고양이였다. 갑자기 등장한 인간에 저도 놀랐음이 틀림없었다. "저놈은 뭐야?"라는 듯 째려본다. 눈싸움이 한동안 이어졌다. "야 인마, 이건 내 차야. 빨리 안 비킬래?" "누구 차든 여기는 내 구역이야. 방해하지 말고 니가 꺼져라." 녀석은 도무지 물러날 기미가 없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여러 장 찍..

사진속일상 2022.04.25

귀여운 고양이

고향집을 제 터로 잡고 주인 행세를 하는 고양이다. 지난겨울에 따스한 가마솥을 찾아온 뒤로 불쌍하다고 어머니가 먹이를 주기 시작하자 아예 제집이 되었다. 다른 고양이는 주위에 얼씬도 못 하게 한다. 내가 가까이 가도 이빨을 드러내고 경계한다. 어머니조차도 제 몸에 손을 못 대게 한다. 매일 밥을 얻어먹으면서도 애교 한 번 부릴 줄 모른다. 오히려 때가 되면 밥 내놓으라고 큰소리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그래도 고양이는 귀엽다. 개와는 전혀 다른 도도한 매력이 있다. 우선 비굴하게 굴지 않는 독립성이 좋다. 비록 밥을 얻어먹지만 너는 너, 나는 나다. 너 없이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자존감이 고양이에게는 있다. 개처럼 관심을 가져 달라고, 같이 놀아달라고 집적대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이나 장소에 집착하지..

사진속일상 201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