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2

고집만 세지고

아내와 집에서 지내다 보면 티격태격하는 일이 생긴다. 서로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굽힐 줄을 모르는 데서 말다툼이 일어난다. 싫은 소리가 몇 마디 오고간 뒤에 누군가의 입에서 꼭 이런 말이 나온다. "늙어서 고집만 세지니 앞으로 어찌할꼬." 둘은 서로 얼굴을 보며 피식 웃고는 싱겁게 상황이 끝난다. 늙어가면서 사고가 경직되고 자기 생각에 갇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세월의 힘을 내 힘으로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인생의 깊은 경륜은 어디 가고 쪼그라지고 편협해진 자신을 발견할 때 노인은 인생을 헛산 것 같아 비참해진다. 노자 할아버지도 말씀하셨다. "사람이 살아서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어서는 굳고 강해진다[人之生也柔弱 其死也堅强]." 이는 몸과 함께 사고의 경직성을..

참살이의꿈 2022.05.25

연이은 착각

두 번의 연이은 착각을 했다. 지지난주에는 결혼식장에 갔더니 혼주가 엉뚱한 사람이 서 있었다. 청첩장을 꺼내 보니 축하해줘야 할 친지 결혼식은 다음날이었다. 날짜를 하루 착각한 것이다. 지난주 결혼식은 식장에 갔더니 이미 끝난 뒤였다. 시간을 두 시간이나 오해해 주인공을 보지도 못하는 실례를 했다. 깜빡하는 것은 가끔 있는 일이나 이렇게 연달아 실수하고 보니 내 정신이 녹슬어가는 게 실감 난다. 운전을 해보면 안다. 내비의 안내를 받지만 엉뚱한 길로 들어설 때가 잦다. 여러 갈래 길에서 정확한 결정을 못 내린다. 전에는 그러지 않았다. 감각만으로도 길을 잘 찾아갔다. 이제는 주저하고 망설이다가 고작 선택한 게 정답이 아니다. 총기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도로가 복잡해져서 그렇다고 자기 위안을 해 보지만 자..

길위의단상 2013.11.15